[뉴스를 배우다] 인터넷에 퍼진 군맹평상
[뉴스를 배우다] 인터넷에 퍼진 군맹평상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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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언론의 정파성에 대해 확인한 뒤 하나의 주제를 스스로 정해 보도 차이를 비교/분석하며 느낀 점을 남긴 글입니다. [편집자말]

옛 사자성어에 군맹평상(群盲評象)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명의 맹인들이 평가하는 코끼리. 각각의 부위를 만져본 맹인들은 제각각의 코끼리를 상상할 것이고 그것은 남들이 보는 코끼리와 차이가 있다. 맹인들이 코끼리를 만지는 이 상황이 정보로 가려진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우리는 눈을 가리는 누군가에 의해 제공된 정보로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한다.

최근의 한국의 언론사들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다. 바람직한 언론은 사람들에게 코끼리의 전체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요즘의 언론은 오히려 정치의 색에 물들어 소비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쏟아지는 뉴스들은 많지만 오히려 좌와 우를 두고 서로 다른 내용의 기사를 쓰는 한국 언론의 정파성은 결국 군맹평상처럼 독자들이 전체의 코끼리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눈과 귀를 가리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들 각각이 보도하는 뉴스들은 같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이슈를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지만 우리 독자들에게 보여 지는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불리한 부분은 줄이거나 빼고 남을 헐뜯는 내용은 키우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보일 내용은 커다랗게 보여준다. 그들은 결국 사건을 꼬아서 설명하는 것으로 신문의 지면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의 내용으로 기사를 채워나가고 있다.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걸러진 내용을 소비자에게 속삭이고 있는 언론사들의 행태. 이것이 한국의 언론이 가지는 정파성이다.

이 한국 언론의 정파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시행된 ‘8.15 광복절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대한 보수 측 언론 조선일보와 진보측 언론 한겨례의 반응을 알아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며 전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이끄는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와 그 외 단체들이 광화문에서 집결한 이 집회는 사랑제일교회의 집단 발생과 연계되어 8월 초 20~50명 정도였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수가 26일 441명까지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서울.경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실행되고 집회 참가자들의 동선 불확실함 때문에 잠재적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점점 종식되어 가던 코로나 19에 집단 감염의 물결을 일으켰다.

필자는 이 사건이 언론의 정파성을 보여주는데 적합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보수와 진보가 명확히 다른 주잘을 펼칠 만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보수는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진보는 보수의 실수를 지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를 알아 보기위해 8월 15일부터 9월 8일 까지 4주간의 인터넷 기사를 “광복절 집회”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조사해 보았다. 조사 결과 인터넷에 기재된 뉴스를 기준으로 보수 언론으로 유명한 조선일보의 경우 18건의 기사가 15일부터 16일 사이에 쓰였고 이 기사의 대다수는 광화문 집회를 비판하는 진보측 인사들에 대한 반응이며 (김부겸 "일장기 든 광화문 집회는 집단 광기") 라는 제목의 기사와 같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상대측을 비난하는 기사도 보였다.

이와 반대로 진보 언론으로 유명한 한겨레의 경우에는 15일에는 한건의 기사도 없었다가 16일 8건의 집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였고 (“신천지 때보다 엄중한 상황”…추가 병상확보 등 서둘러야.) 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하여 집회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고 조선일보와 같은 김부겸 전 의원의 내용으로 (민주당, ‘집회 주도’ 전광훈에 거센 비판…“긴급체포”, “테러범”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하였다.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집회에 대한 반응과 집회의 정당성에 대한 기사를 중심으로 작성하였고 한겨레의 경우에는 그 집회에 대한 반응과 집회에 대한 우려를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였다.

8.15 광복절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가 보수인 미래통합당과 관련되었기에 같은 보수인 조선일보는 집회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이 정당한 집회에 대해 비난하는 민주당을 역으로 비판하여 이들을 깎아내리고 자신들이 피해자이며 오히려 자신들은 집회와 관련 없다. 라는 취지의 기사를 많이 작성하였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에서 8월 19일 기재된 (“8·15 감염은 아직 대부분 잠복기, 광화문 집회 탓 말라.”)라는 집회와 이번 집단감염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자신들의 방역 실패의 원인을 특정 집단과 집회에 돌리는 것은 당장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정말 코로나19의 재확산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며 이 기사에서

자신들은 ‘방역 실패의 책임을 떠맡겨진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대로 진보 측 언론은 같은 날 8월 19일 기재된 한겨레의 (‘100명 규모’ 믿었다?…법원, 안이한 8·15집회 허가 ‘도마’)라는 기사와 같이 이 집회로 생기는 문제와 피해가 보수 측의 잘못이기에 이 집회 자체와 집회의 관계자에 관한 책임과 이 집회가 부당한 이유에 대해 초점을 두고 이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하였다. 이 차이는 처음 예상했던 대로 보수는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려 하였고 진보는 보수의 실수를 지적하기 위했던 결과로 보인다.

특히 ‘8.15 광복절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대한 책임이 미래통합당의 의원들이 다수 관계된 보수 측에 있으므로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대응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조선일보는 이에 더해 자신들의 주장을 확고히 하기위해 공격적이고 상대를 자극 하는 듯한 헤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상대측을 비난하고 있고 진보 측인 한겨레의 경우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자신(진보)측에 책임은 없기 때문에 집회 자체의 내용 혹은 경찰의 대응 등의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이용하여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진보 측의 책임에 대해 비난 하고 있다.

같은 사건을 다룸에도 다른 인용을 사용하여 상반된 주장을 하는 내용도 있었는데 (민주당 “통합당이 8.15집회 사실상 방조…대국민 사과해야) 라는 한겨레의 기사와 (주호영 "통합당 집회도 아닌데 통합당이 왜 사과하나") 라는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이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유리한 내용만을 취하고 상대측의 의견을 반대하고 있다. '주역'(周易) 계사(繫辭) 상(上) 제5장에 ‘인자 견지 위지인 지자 견지 위지지’라는 구절이 있다. 견인견지見仁見智. 인자한 사람은 인자하다고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롭다고 한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와 진보 언론인 한겨레의 경우 서로 보고 싶은 것이 전혀 다르기에 같은 집회에 대한 기사의 내용이 정반대된다. 집회의 정당성에 대하여 보여주고 싶은 조선일보. 집회의 부당함과 보수 측의 책임에 대해 문책하는 한겨레. 그들이 전하고 싶은 내용은 전혀 다르다.

언론의 정파성은 이렇게 누군가의 잘못이 생겨났을 경우 두드러진다. 어느 쪽은 그 잘못을 덮기 위해 언론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고 누군가는 그 잘못을 드러내고 비난을 하게 된다. 눈이 가려진 독자들은 언론이라는 손이 이끌러주는 데로 그 사건을 보고자 한다. 정작 필자 본인의 경우에도 이 사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한겨레 측이 주장하는 바에 더 신뢰가 가게 된다. 견인견지.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내용을 보게 된다. 진보인 사람과 보수인 사람을 각각 듣고 싶은 내용이 다르고 보고 싶은 내용이 다르다. 인터넷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오늘날, 언론의 정파성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콘텐츠들의 질을 떨어트리고 언론의 신뢰성을 낮춘다.

우리 미디어 종사자들은 콘텐츠 소비자들의 눈을 가리고 소비자들이 일부만 보도록 조작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인으로서 의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자들이 전체를 보고 어떤 사건의 코끼리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대신 코끼리의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독자들이 한발자국 물러날 수 있게 도와줘야한다. 편향된 보도는 독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만 한다는 것을 알고 책임감 있는 기사를 작성해야한다.

최지성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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