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문제 삼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언론이 문제 삼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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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배우다]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로 바라본 언론 보도

[뉴스를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언론의 정파성에 대해 확인한 뒤 하나의 주제를 스스로 정해 보도 차이를 비교/분석하며 느낀 점을 남긴 글입니다. [편집자말]

어린 시절 수업 시간에 이런 말을 들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야 한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받는 시대는 지났고, 양방향적 소통의 시대가 왔으니, 단순히 미디어를 수용하는 사람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수용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 기저엔 대형 언론사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전달되는 뉴스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종종 작은 의문들이 생겨나곤 했다. 왜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자세히 보도되지 않는 것일까? 왜 같은 이슈를 다르게 말하는 것일까?

그러던 중 <커뮤니케이션개론> 과목을 수강하면서 ‘언론의 정파성’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언론사마다 추구하는 입장이 있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같은 현실을 다르게 보도하거나 심지어 보도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간 궁금했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 왜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지, 왜 한 사건을 두고 여러 언론들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그것은 언론의 정파성 때문이었다. 정파성에 대해 배우면서 언론이 정파성을 드러내고 있는 사례를 직접 찾아보는 과제가 주어졌다. 이에 지난 8월에 있었던 류호정 국회의원의 옷차림 이슈에 대한 각 언론사별 도보 차이를 확인해보려고 한다.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과 언론의 정파성

지난 8월 4일 옷차림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국회의원이 있었다. 바로 국회 본회의에 원피스를 입고 참석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다. 당시 각종 SNS에는 류 의원의 복장이 국회에 어울리지 않다는 비난과 조롱이 있던 한편 평범한 여성의 복장이라는 응원의 반응이 있기도 했다. ‘국회 복장 논란’은 2003년 당시 유시민 의원이 하얀색 바지를 입고 등장해 여론의 비판을 받은 후 17년 만에 다시 불이 붙은 이슈다.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며 다양한 반응을 자아낸 류 의원의 국회 복장을 주제로 언론의 보도 차이를 확인해 보았다.

상대적으로 많은 보도를 한 보수언론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간 다음 날인 8월 5일부터 8월 10일간의 총 보도량을 살펴보면 조선일보는 13건, 중앙일보는 21건, 경향신문은 10건, 한겨레는 5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한 중앙일보와 가장 적게 보도한 한겨레의 보도 수 차이는 16건, 대략 3배 이상이다.

가장 많은 보도가 있었던 8월 5일과 6일을 비교해보면 5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 6건, 경향신문은 2건, 한겨레는 1건의 보도가 있었다. 6일 조선일보는 5건, 중앙일보는 9건, 경향신문은 5건, 한겨레는 3건의 보도가 있었다. 총 보도량과 마찬가지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에 비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보도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난을 인용하는 조선일보, 당사자의 입장을 인용하는 한겨레

각 언론사의 8월 5일 자 헤드라인에도 차이는 존재했다. 5일 가장 많은 보도를 했던 조선일보와 가장 적은 보도를 했던 한겨레의 헤드라인을 비교하면 단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분홍 원피스’ 와 ‘티켓다방’과 같은 단어를 헤드라인에 사용했다. 기사는 류 의원의 옷차림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을 정리한 내용으로 네티즌의 부정적인 반응을 그대로 사용해 <故 박원순 조문 거부한 류호정에 친문들 "오빠라 불러봐라" 조롱>이라는 소제목을 적었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논란에 대한 류 의원의 입장을 헤드라인에 사용했다. 기사는 네티즌의 성희롱적 발언에 대한 류 의원의 입장을 담은 내용으로 소제목은 <류 의원 “반바지·청바지도 입었는데 원피스에만 성희롱 쏟아지는 건 문제”>로 설정했다.

두 언론사는 류 의원의 옷차림이라는 같은 이슈에 대한 네티즌과 당사자의 반응을 각각 헤드라인과 소제목에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네티즌의 비난을 인용해 ‘티켓다방’, ‘오빠라 불러봐라’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보도했으며, 한겨레는 류 의원의 입장을 인용한 헤드라인과 소제목으로 보도했다.

각 언론사 헤드라인 캡쳐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지적하는 대상의 차이

사설에서도 언론사별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이슈 관련 사설이 없던 중앙일보를 제외한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의 사설을 살펴보면 헤드라인부터 각 언론사의 입장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먼저 8월 7일 자 조선일보의 사설 <분홍 원피스는 죄가 없지만>은 미국의 최연소 민주당 연방 하원 의원이 지난 7월 워싱턴 DC의 의사당에서 빨간색 재킷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시대에 남을 연설을 했다는 사례를 들며 류 의원을 지적했다. 기자는 류 의원을 향한 지나친 비난에는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과연 그날 입었던 원피스가 서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것인지, 문제가 있는 장관들을 지적할 때 허점이 되지 않을 옷인지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사설은 다른 입장이었다. 의상을 지적하기보다는 류 의원의 옷차림을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먼저 경향신문은 <‘청년 이슈’ 외면하고 여성 의원 옷차림만 보는 사람들>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지난 국회를 돌아보며, 그동안 남성 의원의 두루마기와 고무신, 점퍼에도 크게 비난이 없었던 대중들이 원피스에는 과한 비난을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한겨레 역시 <류호정 의원 옷차림 ‘조롱’, 명백한 여성혐오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성매매와 티켓다방이 생각난다는 네티즌의 성희롱적 발언을 지적하며, 젊은 여성 정치인을 의정 활동이 아닌 옷차림으로만 소비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가 사설을 통해 드러내는 입장은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조선일보는 미국 하원 의원의 사례를 들며 류 의원에게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할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류 의원을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조롱과 비난이 담긴 혐오 표현을 지적하며 젊은 여성 국회의원의 옷차림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사회를 비난했다.

각 언론사 헤드라인 캡쳐
각 언론사 헤드라인 캡쳐

‘류호정 의원의 원피스’에 대한 언론사별 보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언론은 같은 상황을 다른 입장에서 보도하고 있었다. 먼저 보도량의 차이로 알 수 있듯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상황을 하나의 ‘이슈’로 다루고 있었다. 타 언론사에 비해 많은 양의 뉴스를 보도했으며 네티즌의 비난을 그대로 인용한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소제목으로 기사를 이슈화 시켰다. 또한, 류 의원의 원피스가 품절됐다는 기사를 정치 섹션에 보도하거나 [화보]라는 헤드라인으로 그간 류 의원의 복장을 모두 모은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보도는 달랐다. 두 언론사는 원피스를 큰 이슈로 취급하지 않는 듯했다. 류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등원한 다음 날인 8월 5일 두 신문사의 총 보도 수는 3건에 불과했다. 이는 각 6건씩 총 12건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 수의 1/4에 미치는 양이다. 그날 보도된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기사 헤드라인을 모두 모아보면 차이는 더욱 확연 해진다. 류 의원의 복장과 그에 따른 논란에 집중한 위의 두 언론사와는 달리 류 의원의 입장이나 논란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다양한 입장 속 ‘진짜’ 나의 생각 찾기

4개의 언론사의 보도를 살펴보면서 이론으로 배웠던 언론의 정파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상황을 보도할지라도 다른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사들을 보며 과연 그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류 의원의 원피스에 대한 ‘비난’에 집중하는 조선일보와 ‘원피스’라는 이슈에 집중하는 중앙일보 그리고 류 의원에 대한 ‘비난을 비난’하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각 언론사가 대변하고 있는 입장들을 보며 그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류 의원을 비난하는 네티즌을 취재원으로 선정한 보수언론과 류 의원을 취재원으로 선정한 진보언론. 그들이 대변하고 싶은 목소리를 담아 보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확인한 언론의 정파성이다.

언론의 정파성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앞으로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더는 각 언론사의 입장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여전히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확인하고 언론사를 구독해 특정 언론이 다루는 뉴스를 받아보는 시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언론사의 입장에서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다양한 언론사의 다양한 입장을 접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뉴스와 구독한 언론사에서 대변하는 입장만 볼 것이 아니라 같은 이슈를 여러 언론사를 통해 접하면서 상황에 대한 ‘진짜’ 나의 생각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하루에도 몇 십, 몇 백 건씩 쏟아지는 다양한 뉴스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며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를 것을 명심하며 언론사에 대한 비교 분석을 마친다.

이난초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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