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경제적 피해를, 진보는 발전 가능성에 주목
보수는 경제적 피해를, 진보는 발전 가능성에 주목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1.01.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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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배우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통해 언론의 정파성을 탐구하다

[뉴스를 배우다]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커뮤니케이션 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언론의 정파성에 대해 확인한 뒤 하나의 주제를 스스로 정해 보도 차이를 비교/분석하며 느낀 점을 남긴 글입니다. [편집자말]

자연스레 흡수되는 언론의 정파성

어렸을 때부터 뉴스는 노력해서 봐야 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굳이 찾아보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네이버, 유튜브 등 우리 삶에 밀접해있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서 뉴스와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생산되고 자연스레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뉴스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보는 시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태껏 이처럼 가까운 뉴스의 정파성에 대해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커뮤니티 개론을 학습하기 이전, 나에게 뉴스란 그저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다루는 것 일뿐이라고 생각했다. 진보, 보수 언론사의 구별도 상황에 따라 어떤 특징을 강조하느냐 같은 단순한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정파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 본 후 부터는 언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객관적 사실이 기반이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기사가 공정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이번 과제를 통해 모든 기사가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한 것인지, 언론의 정파성은 어떻게 자연스레 스며드는 지에 대해 기사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탐구해 보려고 한다. 이에 비교기준으로 보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진보는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를 선택했다. 먼저 관련 보도의 양을 살펴보면 아래의 <표 1>과 같다.

한국에 불리한 수출규제 정책 완화해야 vs 적절한 대응책 마련하여 의존 벗어나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은 사실상 보복의 조치로 수출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우리나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019년 7월 4일 일본은 3대 부품에 대한 수출규제 정책을 강행했다.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폴리이미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핵심소재이다. 이러한 핵심소재들에 대한 규제 정책이 시행되자 국민적 여론은 큰 우려와 함께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었다.

보수진영에서는 현재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있어 대부분 일본의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출규제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규제를 강행하게 될 시에는 대기업도 못 버틸 만큼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수진영은 경제적인 문제점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우려에 비해 오히려 더 나은 전망을 예측하거나, 수출규제에 따른 탄탄한 대응책을 강조하면서 굴복적인 한일 관계에서 벗어나야 함을 시사했다.

두 진영 모두 수출규제에 따른 경제의 어려움 인정했지만 일본에 대한 태도와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논조의 차이가 드러냈다. 먼저 보수진영인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장기적인 경제위기가 지속 될 가능성이 크고 현재 한국은 산업분야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극복에는 한계가 있어 일본과 빠른 시일 내에 합의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반면 진보진영인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경제적 위기를 한시적으로 보고, 대응책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며 오히려 수출규제 정책이 굴복적 한일 관계와 높은 수입의존도의 탈피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정리하자면 막대한 피해와 수입의존도 극복의 한계로 한국이 더 불리하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를 해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논조와, 오히려 수출규제 정책은 일본이 더 불리하기에 이번기회를 통해 극복하자는 진보진영의 논조가 대립되는 것이다. 

한국이 더 큰 피해라는 것을 인정해야 vs 오히려 더 큰 피해는 일본으로 돌아갈 것

헤드라인에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를 비교하는 형식으로 작성했다. 다만, 보수진영은 한국이 더 큰 피해라고 봤으며 진보진영은 오히려 일본이 더 피해라고 보며 피해 규모의 차이를 비교하는 시각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먼저 조선일보는 ‘일본 수입 의존도 90% 넘는 품목 48개’라는 헤드라인을 내세우며 한국의 높은 수입 의존도로 인해 갑작스러운 수출규제는 경제적인 침체와 위기를 가져올 것임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물품 가운데 일본 의존도가 90%가 넘는 품목이 48개, 금액으로는 28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더 강화 될 경우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보복성으로 인해 강행 된 정책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부분인 경제를 위해서 정부는 일본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수출규제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타격을 일본과 비교하며 강조했다. 두 나라의 적대적 관계 속에서 강행된 수출규제 정책이 우리나라에 더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두 언론은 수출규제가 우리나라에 더 큰 경제적 위기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보복성 정책에 대해서는 대화와 화합이 필요하다는 논조였다.

반면 한겨레는 동아일보의 헤드라인을 전면 반박하듯 수출규제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갑작스러운 수출규제로 인해 경제적으로 피해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가기 때문에 수출규제 정책이 완전히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본보다 한국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며 경제 부분을 우선시하는 보수진영의 대표 주장을 꺾어버리는 헤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일본 경제 보복 본격화... 해외 언론 "제 발등 찍을 것"이라는 헤드라인을 통해 우리나라에 비해 이론이 더 큰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실제 기사 내용은 두 국가 모두에게 역효과라가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이지만 헤드라인에는 수출규제를 강행한 일본이 더 불리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마냥 불리하지 않음을 시사하기 위한 헤드라인 작성이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네 언론사 모두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경제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은 일본보다 한국의 피해를 강조하며 수출규제를 완화해야 함을 강조했고, 진보진영은 보복성 정책을 강행한 일본이 오히려 장기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정부의 대응책으로 더 큰 피해 VS 체계적인 대응책으로 또 다른 기회

수출규제 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책 부분에서는 보수진영은 외교 실패 프레임을, 진보진영은 정부의 정책적 대비에 초점을 맞췄다. 진보진영으로 선택한 한겨레, 오마이뉴스 외에도 다양한 일간지에서는 일본 정부를 '옹졸하다'라는 표현처럼 비판한 반면에 조선, 동아일보 같은 경우에는 일본을 비판하는 단어는 교모하게 사용했다. 하지만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과 무대책면에서는 강력하게 비난했다. 동시에 고집으로 수출규제 완화를 강행한 일본에 대해서도 비판함과 동시에 한국 정부 역시 아 정권의 무책임한 행태에 상응해 한일관계 약화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겨레는 정부의 대책을 3가지 카드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었다.

보수진영은 일본만을 단독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함께 했다. 지금까지 한국정부가 일본이 보복성을 띄며 행동했을 당시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또는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기술하여 한국정부의 무능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에 진보진영은 일본의 보복성 정책에 대해서만 강력하게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단어를 사용한 보수진영에 비해 직설적인 단어들을 표현하며 이번 수출규제 정책에 대한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보다는 체계적인 대응책을 준비함으로써 앞으로 한국 경제의 전망에 대한 기대와 응원에 대해 다루었다.

보수는 경제적 피해를, 진보는 발전 가능성에 주목

작년 7월에 일어난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에 대한 보도를 두고 정파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수출규제 이후 2주동안 보수진영인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100개 이상의 기사를 작성했고 반면 진보진영인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85개 이상을 넘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더 적은 양의 기사를 내보냈다. 헤드라인 면에서는 먼저 피해규모와 관련해 보수진영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큰 경제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진보진영은 일본이 더 큰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려의 확산을 차단했다. 또 정부의 대응 면에서는 보수진영은 무능력하고 불완전한 대응책으로 겪게 될 경제적 피해를 다뤘고, 반면 진보진영은 준비된 대응책을 통해 이번 수출규제 정책이 오히려 더 나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네 언론사 모두 일시적으로 한국이 겪게 될 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이 사안 전체를 두고 보았을 때 결국 보수는 경제적 피해를 우선시하며 불안함을 형성했고, 진보는 오히려 기대와 가능성을 강조하여 기대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보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떤 진영의 언론사에 의존하냐에 따라 수출규제 완화정책에 대한 독자의 판단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먼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를 의존하는 독자들의 경우, 아직 한국은 대응책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기에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본과 타협해야 한다고 볼 것이다. 반면에 한겨레나 오마이뉴스에 의존하는 독자들은 잠깐의 경제적 위기가 올 수도 있으나, 정부의 대응책으로 헤쳐나갈 수 있으며 이는 오히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보아 정부의 선택을 지지할 것이다. 결국 언론이 어떤 논조를 담느냐에 따라 경제적 전망과 정책에 대한 지지나 비판이 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언론의 선택은 곧 독자의 선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파성을 극명하게 띄는 이상 사회적 선택이나 정책에 대한 충돌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흡수와 스며듬의 차이

언론학과로 간다고 하니, 어른들께서 입을 모아 해주셨던 조언이 있다. 진정한 언론인이 되려면 신문을 많이 읽되, 하나의 신문사가 아닌 다양한 신문사의 기사를 봐야한다고. 언론을 공부하기 이전 나의 입맛에 맞는 기사들만 읽어왔던 나로서는 다양한 시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실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분석과제를 끝나고 난 뒤 어른들의 조언을 더 뜻 깊게 알 수 있었다.

독자들은 기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앞서 입론에서 언급했던 나의 사례처럼 나도 모르게 기사에 스며들어 본인의 주관이나 생각없이 여론에 휩쓸리며 사고할 수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기사를 유용하고 가치있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뉴스들을 흡수하며 본인만의 사고가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때문에, 한 가지 시각에서만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사고능력을 감퇴하기에 조금은 편파적이라 할 지라도 언론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시각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언론이 너무나도 객관적이고 사실적이게만 사실을 보도한다면 이 또한 독자에게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언론의 다양한 정파성은 사고의 길잡이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언론들의 정파성에 대해 견제, 인정 하면서 기사를 가치있게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윤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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