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싸움은 누굴 해치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는 것”
“우리 싸움은 누굴 해치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는 것”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4.1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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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11일 시위현장·시민들 시선 톺아보기
지난 11일 오전8시0분 서울 적선동 경복국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장애인권리 국가 예산 반영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해 삭발 투쟁 결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8시0분 서울 적선동 경복국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장애인권리 국가 예산 반영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해 삭발 투쟁 결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 3호선 경복궁역에서 장애인권리 국가 예산 반영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를 위해 삭발 투쟁 결의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회 예산에 장애인권리 부분을 반영해달라”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장연은 이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금호 공동대표가 9번째로 삭발 투쟁에 동참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는 노 대표는 이날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에 덧붙여, “문명화된 방법을 아무리 사용해도 죽음 앞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치료제는 전달되지 않고, 비용 부담에 치료를 계속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급여적용 확대와 의료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또, 이날 시위 현장에는 “지하철 시위를 직접 경험한 학생으로 전장연에 도움의 목소리를 보태고자 나왔다”는 대학생 A씨가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권리에 제약을 겪고 있으며 기본권은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한다”라며 장애인단체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권리도 좋지만 시민들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해서야…”

“사회가 기본적 권리도 보장 못받는 장애인의 현실을 달리 어찌 주목하겠는가?”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 4학년생 B씨는 “아침에 학교 가려고 3호선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장애인시위 때문에 열차가 지연돼 수업에 결석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짜증도 났고 이게 무슨 일인가 했는데, 그분들은 평생을 이런 기분으로 살았다고 생각하니 괜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시위 일정을 확인하고 최대한 피해서 지하철을 타려 하고 장애인단체 시위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4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 장모(26)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회사 늦으니까 짜증이 나서 왜 통근 시간에 저럴까 생각했다”며 “그러나 나도 내 출근 시간에 이러니까 알게 됐지 아니면 장애인시위라는 걸 몰랐을 거다. 오죽 절박하면 출근 시간에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 직장인 하모(25)씨도 “지하철을 매일 타는 사람으로 시위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가장 확실하게 이슈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맞다고 생각한다. 나도 도대체 어떤 문제로 시위를 하는 건지 뉴스를 찾아보게 됐으니까…”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시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 이천시에 거주하는 정모(28)씨는 “지하철 시위는 목적을 훼손할 정도로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일반 시민들이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을 뿐더러, 시민들의 교통권도 침해하고 본인들의 불편함을 빌미로 타인의 생활권을 침해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준석 대표 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색을 떠나서 이준석 말에 동의한다. 당 대표의 갈등 조장 발언은 하면 안 된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렇다고 누가 잘못된 걸 말하긴 했나. 갈등 조장 이전에 장애인단체가 한 행위 자체가 잘못된 걸 먼저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는 지난 21년 동안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해 지속적으로 외쳐 왔다.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 노부부 리프트 추락사고, 2002년 5월19일 발산역 1급 중증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에 이어 지난 7일에도 양천향교역에서 50대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다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는 부지기수다. 리프트의 약한 제동장치와 수동휠체어에서 더 크고 무거워진 전동휠체어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과거에 설계된 리프트와 규격이 맞지 않아 사고는 더욱 잦아졌다. 이 때문에, 전장연은 모든 역사 내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각종 사망 부상 사고에서 보는 것처럼, 이들에게 교통수단은 단순히 이동권이 아닌 생존권과 직결된 것이라는 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에스컬레이터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민자업체(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식회사)가 운영하는 9호선에 권고 사항이었던 에스컬레스터 입구 앞 차단봉 설치를 모든 역사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의 희생이 먼저 나와야 그들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뒤따르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인수위에 장애인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보장을 위한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해오고 있는 전장연은 지난 23일 “장애인 인권 향상을 중점 과제로 다루고 추진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 말고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방안을 오는 20일 장애인 날까지 밝힐 것을 인수위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들의 싸움은 누구를 해치거나 죽이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살려달라는 외침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지하철 이용의 불편함에만 예민해져 있어야 할까. 

강수빈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4월 12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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