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 휠체어타고 있으면 버스 그냥 지나쳐”
“정류장에 휠체어타고 있으면 버스 그냥 지나쳐”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05.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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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차별없이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 아직 멀었지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에 따르면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과연, 국가와 우리 사회는 이들의 권리 실현을 위해 얼마나 애를 써왔을까?

지체 장애를 가진 오모(65)씨는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 해소를 위해 전동 스쿠터를 타고 청량리역에서 강릉까지 기차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오씨가 기대했던 우울감 해소는 이미 예상했던 난관에 부딪혔다. 통로의 폭이 좁아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고 그마저도 많이 부딪히는 바람에 스쿠터에 스크래치가 생긴 것.

“통로가 좁아 사람들과 부딪쳐 사고가 난 경우도 있어 겁이 난다”는 오씨는 “보장구를 이용하는 이들”이 기차 통로 등 이동시 이용해야 하는 교통 시설에서 겪는 문제를 털어놨다. “엘리베이터의 안내가 잘 안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역무원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퉁명스러운 답변이 돌아와 묻기가 꺼려진다. 게다가, 대화에 어려움이 있으면 직접 물어보기도 힘들어 안내 표식이 없으면 헤매는 경우가 많다.”

교통수단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체감될 만큼 좋아졌는지 묻자 “아직 부족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오씨는 “기차는 통로가 좁아 탑승과 하차가 힘들고” 이렇게 어렵게 이동해도 “옛날 건물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용자체가 어려워 그냥 되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오씨의 말처럼 전동휠체어의 교통기관 이용도 어려움이 많다. 뇌병변 장애를 가져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모(66)씨는 “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지하철을 타고 돌아간 적이 있다”며 “저상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보면 그냥 지나쳐버리는 버스도 있고 저상버스가 아니라 이용 못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차선책인 지하철도 안전하지는 않다. “전동차와 바닥의 간격이 넓어 휠체어 바퀴가 빠지는 위험한 상황 생길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문이 닫히거나 다른 사람들이 다칠까봐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사진=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어 주먹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인 상황
사진=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어 주먹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인 상황

지체 장애인 양모(66)씨 또한 지하철 이용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양씨는 “오래된 지하철에 탑승할 때 바닥과 전동차의 높이가 달라 탑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번은 전동차의 높이가 높아서 탑승하다가 전동 스쿠터가 파손돼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양씨는 “이제는 자주 이용하는 경로는 탑승하기 쉬운 위치를 알고 있어 괜찮지만 처음 가는 곳은 어렵다”고 말했다.

양씨는 교통기관의 편의시설 발전에 대해 “예전보다 좋아지긴 했지만, 선택권이 많지 않다. 평소에 이용하지 않던 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편의시설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 몰라 고민되고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힘들어서 이용하는 것만 이용하게 된다”며 “장애인도 상황에 맞게 편한 수단을 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양씨의 바람이 실현될 길은 요원해 보인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장애인복지지출은 2017년 기준 최하위인 0.48% 터키 다음으로 낮은 0.6%다. OECD의 38개국 평균이 2.02%인 것에 비해 1.42%p나 적은 수치이고 “빨리빨리” 이루며 살아온 우리 사회의 ‘더딘 성숙함'의 초라한 모습이다.

임선희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캡스톤> 수업의 결과물로 4월 26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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