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엔 마스크 벗고 껴안아”… 등교 미뤄야
“쉬는 시간엔 마스크 벗고 껴안아”… 등교 미뤄야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5.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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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년만 해도 통제 불가능 상태

"하루라도 직접 학교 나와서 봐라"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교 개학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이 고등학교 보건교사라고 밝히며 현재 등교 중인 고3 학생들을 포함해 전체 학생의 등교를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월부터 학교는 혼란 그 자체”라며 “매뉴얼 변경과 학사일정 변경으로 교사들은 하루 6시간씩 전화상담과 더불어 갑작스럽게 시작된 온라인 수업으로 맨땅에 헤딩하듯 지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교사들은 학교 하나를 책임지는 감염병 책임자로 홀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발열체크는 어찌할지, 소독은 어찌할지, 체온계 구입은 어찌할지 등 결정하는데 인력지원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 글은 고3 학생들이 등교한 지 단 하루가 지나고 작성됐다. 청원인은 20일 고 3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되고 나서 더 심각해진 교내 상황을 설명했다. 전례가 없는 코로나19 사태에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책 없이 강행한 개학은 모조리 교사들에게 부담으로 돌아갔다.

청원인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엔 팔짱 끼고 마스크 벗고 껴안고 난리”라며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호소했다. 이어 “자가진단 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유증상자, 일반 학생들도 살펴야 한다. 하루 2~30통 정도의 문의전화를 받다 보면 어느덧 5시”라며 털어놨다.

또 “교사들끼리 ‘방역은 물 건너갔다. 전국 1,2,3등으로 확진자 발생만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청원은 하루 만에 참여인원 7만2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개학을 미뤄달라는 또 다른 청원이 추천순위 2위에 올라있다.

한편 대구·인천·안성에서는 등교 개학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학교가 폐쇄되고 일부 학생들이 격리됐다. 등교 수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방역과 함께 학업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학교마다 등교시기와 학사 일정이 다르고 학교 재량으로 매뉴얼을 만들고 있어 올해 입시 공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해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오현경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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