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주범 ‘옥시’ 제품 다시 등장
가습기살균제 참사 주범 ‘옥시’ 제품 다시 등장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09.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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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는 하마’등 생활화학제품 시중 진열대에 슬그머니 다시 올라와

환경단체 "불매운동지속할 것"
춘천 한 대형 마트 생활용품 코너에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가 만든 생활화학 제품 '옥시크린' 제품이 진열돼 있다.
춘천 한 대형 마트 생활용품 코너에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가 만든 생활화학 제품 '옥시크린' 제품이 진열돼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보상을 둘러싼 책임공방이 결말을 맺지 못한 상황에서 퇴출당했던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제품이 여전히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시선이 따갑다.

춘천의 대학가에 위치한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가 만든 생활화학 제품 '옥시크린' 제품이 진열돼 있다.
춘천의 대학가에 위치한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가 만든 생활화학 제품 '물 먹는 하마' 제품이 진열돼 있다.

최근 찾은 춘천의 한 대학가 마트에서는 옥시제품으로 유명한 ‘물먹는 하마’를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먹는 하마’는 지난 2016년 4월 옥시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으로 매장 진열대에서 사라진 제품 중 하나다.

춘천 한 대형 마트 생활용품 코너에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가 만든 생활화학 제품 '옥시크린' 제품이 진열돼 있다.
춘천 한 대형 마트 생활용품 코너에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가 만든 생활화학 제품 '옥시크린' 제품이 진열돼 있다.

주거단지가 몰려있는 춘천의 한 대형 마트에서도 옥시제품은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생활화학으로 유명한 옥시제품들이 수북이 쌓여 진열돼 있었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정미란 사무국장은 <THE H>와의 전화통화에서 “생활화학 제품은 단종된 줄 알았다”며 “소비자의 생명을 앗아간 기업의 제품 판매를 재개하는 것은 사회적,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일어나기 전 이미 제조 판매되던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지만,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옥시제품에 대해 캠페인을 벌여 불매운동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성진 가습기살균제참사집회기획단 공동단장도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천 명이 죽거나 다친 기업의 제품을 굳이 판매해야 하느냐”며 “업체가 소비자와 우리 사회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느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주거단지 인근 대형마트 관계자는 “참사 이후 불매운동이 벌어진 지 8년이 흐르다 보니 현장 담당자가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지난 2011년 4~5월 출산 전후 산모 8명이 폐가 굳는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입원했다가 4명이 숨지며 세상에 알려졌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까지 1천386명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피해자는 6천500여 명에 이른다.

옥시레킷벤키저 박동석 대표이사(왼쪽), 최예용 부위원장(오른쪽)
옥시레킷벤키저 박동석 대표이사(왼쪽), 최예용 부위원장(오른쪽)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간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는 피해보상 책임여부를 두고 법적공방이 이어졌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최대 피해자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 박동석 대표는 피해보상 책임여부를 두고 “정부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책임을 정부로 돌려 논란을 가중시켰다.

박 대표는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청문회 이틀째 1부 ‘기업분야’ 세션에 참석, “1994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판매했을 때나 1996년 옥시가 유사 제품을 내놨을 때 정부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은 “현직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께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는데 거기에 꼬리 붙일 게 뭐 있느냐”며 반박했다.

청문회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박 대표와 윤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피해자를 기만하는 발언”이라며 “잘못에 대해 서로의 탓만 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한편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옥시 본사는 미국 연구소에서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대한 보고서를 보고 받았고,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터지자 글로벌 세이프팀 사람들과 모여 논의했다”며 “그러나 2016년 국회 국정조사 때나 오늘 청문회에도 본사 책임자나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대표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황필규 특조위 비상임위원도 “잘못이 없으면 당당히 한국에 와서 조사받고 무혐의 처분받으면 된다”며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하지만 본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박 대표는 “본사의 결정에 저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오늘 청문회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송혜수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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