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J리거 유성운 “강원도의 축구 보석을 찾고 싶어요”
전직 J리거 유성운 “강원도의 축구 보석을 찾고 싶어요”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8.12.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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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하나로 독일 일본 한국 3개국을 오가다

엘리트 육성 중심의 학원축구에서 벗어나다
BP 아트사커 유성운 대표가 축구공을 손에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BP 아트사커 유성운 대표가 축구공을 손에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직 J리거 유성운(26)의 선수 생활은 다사다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 유소년팀에서 중등 시절을 보낸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최고의 축구 명가로 꼽히는 동북고에 당당히 입학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레버쿠젠 유소년팀과 동북고에서 쌓아왔던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그가 택한 것은 일본 J리그 무대였다. 힘겹게 땀 흘린 오랜 시간 덕에 일본까지 진출했지만, 그의 선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십자인대 파열뿐 아니라 연골과 무릎 수술까지 큰 수술만 2차례 받았다. 결국 힘겨웠던 재활 생활을 이겨내지 못한 채 입대를 앞두고 선수 은퇴를 결심했다.

한국과 독일, 일본까지 3개국을 오가며 선수로 뛰었던 유성운을 만났다. 선수로서의 삶은 아쉬움만 가득한 채 끝났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축구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것도 축구 불모지인 강원도에서 말이다.

그는 “선수 생활을 끝낸 후 강원도 원주의 ‘BP 아트사커’에서 2년째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BP 아트사커는 강원도에 딱 하나 있는 축구레슨센터”라는 그의 말에서 깊은 책임감이 느껴졌다. 레슨센터 이름인 ‘BP’에 자신이 꿈꾸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했다. BP는 베스트 플레이어(Best Player)의 약자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지난 선수 생활을 회상했다.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 독일 명문구단 레버쿠젠 유소년팀에서 처음 축구 인생을 시작한 그는 동북고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J리그 2 도쿄 베르디에 입단할 수 있었다.

선수로서 이루지 못했던 꿈 때문일까. 축구선수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가득했다. 유성운은 “여러 번 부상을 당하며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다”면서 “국군체육부대인 상주 상무 지원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라 선수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랬던 그가 결심한 것은 축구 지도자로서의 삶이었다. 어머니의 존재가 가장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축구 선수로서의 성공을 바랐던 어머니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성운은 “비록 선수 생활은 끝났지만 아직 젊은 나이다. 축구인으로서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3개국에서 선수로 뛰며 몸소 체득한 경험들. 그것이 그가 지도자로 올라설 수 있게 한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

그가 생각하는 독일과 한국, 일본 축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유성운은 “한국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독일에서 배울 수 있었다”며 “체력적인 축구를 강조하는 한국과 기술적인 축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은 확연한 색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이라는 선진 축구 시스템을 몸소 체험한 후 한국과 일본이라는 아시아 무대를 오가며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매우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고민의 흔적들을 체계적인 트레이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유성운은 한국의 학원 축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성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우선 기본기 향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초급반과 선수반을 나누고 있어요. 초급반에서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야 선수반으로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승급하게 되면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서 개개인의 스타일을 좋은 방향으로 살리기 위한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선수들의 유연한 몸놀림과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창작 드리블도 가르칩니다. 창의성을 키워주기 위해서죠.”

독일 일본 축구와 비교했을 때 한국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유성운은 “한국은 지나치게 엘리트 육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향이 있다.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를 위해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입상 성적에만 집중하는 시스템이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 때는 대학 진학을 위해 뛴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독일이나 스페인 등 선진 축구 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을 살펴보면 정말 선수의 성장만을 고민하는 클럽 유소년 시스템이 많다. 스페인과 독일의 중위권 클럽들이 핵심 선수를 다른 큰 구단에 뺏겨도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그러한 체계가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로서 학원 축구에 뜻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축구 시스템에도 분명히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기 다른 국가들의 모든 장점을 살리고 싶다. 출신과 학교 등에 따라 고착화된 인맥에서 벗어나 내 나름대로 선진국들의 축구 교육을 보고 배운 경험을 살릴 것”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유성운의 목표는 분명했다. “제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선수들을 키워내고 싶어요. 현재 화천고의 여자 청소년 국가대표 김보민 학생과 U-15 대표팀에 소속된 서울 도봉중 김형진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이런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면 자신을 더 채찍질하게 되고 동기 부여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잠재력이 있는 이런 학생들의 선수 생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몸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보여주지 못하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선배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유성운은 “작은 축구 레슨센터 하나가 강원도의 축구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강원도는 사실상 축구 불모지다. 국가대표 명맥도 강원도 출신이 설기현에서 손흥민으로 넘어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둘의 나이 차이가 무려 13년이다. 강원도에서 손흥민 다음을 잇는 선수가 빨리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소규모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이들이 강원도 축구 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강원도에 숨어 있는 보석을 찾고 싶어요.” 유성운이 지도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유였다.

송태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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