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책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 리뷰
[나의 인생작] 책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3.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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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권갑점 작가의 책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 표지.)
출처 : 교보문고(권갑점 작가의 책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 표지.)

‘고령화’는 필자가 초등학생 때부터 배웠던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그런데도 노인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부족은 물론이고, 이들은 일상적인 측면의 복지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무인 정보 단말기 ‘키오스크’로 인해 디지털 기기 조작에 미숙한 고령자들은 식당 방문조차 망설이게 됐고, 최근에는 한 야구 경기가 ‘100% 온라인’ 사전 예매를 받으면서 현장을 찾은 노년층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발생했다.

이런 삭막한 현실 속에서, 노인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 책이 있다. 함양의 한 중학교 성인 문해반 담임으로서 ‘어머니’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권갑점 작가의 저서,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를 소개한다. 

“평생, 내 삶이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라는 문장은 책의 마지막 부분, 문해반의 한 학생이 독백처럼 말한 것이다. 저자의 마음에 쏙 들었는지, 책 제목으로도 선정된 이 한마디는 문해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도운다. 이처럼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는 ‘공부하는 할머니’들의 따뜻한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지금에야 배우고 익히는 게 당연한 세상이지만, 과거 ‘여자’의 성별로 공부한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었다. 한평생 배움에 목말랐던 어머니들은 다리가 불편하고 몸이 아파도 학교에 간다. 잔설이 남은 지리산 찬바람에 모자를 덮어쓰고 고된 길을 기꺼이 나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한 송이 꽃처럼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성인 문해학교 학생들의 모습이다. 한 학생이 저자에게 “큰일 났어요. 우리 동네 도서관이 무너져 뿌렸어요?”라고 말한다.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노인 한 명이 돌아가시면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라는 게 그 이유인데, 노인이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지니게 된 지혜와 경험의 깊이가 마치 도서관과도 같다는 의미다. 순수하면서도 깊이 있는 학생들의 한마디가 독자의 마음속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자신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한 폭의 수채화처럼 유려하게 그려낸 저자의 예술적인 표현력도 눈에 띈다. 본문의 “키 큰 정자나무가 살랑살랑 시원하게 부쳐주고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크고 튼튼한 손잡이를 가진 느티나무 부채였다”라는 표현은 눈앞에 ‘느티나무 부채’의 뚜렷한 그림이 그려진다. “한해가 다 저물어가는 즈음에, 팥죽 한 그릇 대접받은 어머니들은 고마움으로 포동포동 마음의 살이 오를 것이다”라는 문장의 글맛도 단연 일품이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듯 편안하고 따뜻한 권갑점 작가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속에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듯하다”라는 코미디언 전유성씨의 서평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소용돌이치게 만드는 작품이다. 각자의 ‘가족’을 떠올리게끔 유도한다. 잘하고 있었다면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것이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스스로 성찰할 기회가 될 것이다. 누구에게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노인들의 삶은 곧 우리의 미래다. 인간은 태어난 이상 모두 늙어간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와 진배없다. 괜스레 부모님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게 되고, 일상 속에서 노인들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이 미울 때가 있다면 <한숨인 줄 알았더니 꽃숨이더라>를 통해 나름의 ‘답’을 얻어가기를 바란다. 

함의찬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저널리즘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23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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