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나의 인생작]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3.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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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영화 오펜하이머의 일부분.)
출처 : 네이버 영화(영화 오펜하이머의 일부분.)

‘핵 개발 영화’라는 타이틀을 듣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 과학자들이 다양한 이론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수많은 실험을 통해 핵을 개발하는 어려운 과학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필자 또한 영화를 보기 전에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됨과 동시에 편견은 곧바로 깨졌다. 단순 과학자가 핵을 만드는 과학 영화였다면 인생작으로 소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학뿐만 아니라 윤리에도 초점을 맞춘 핵 개발 역사를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풀어나가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전쟁에서 구하고자 핵을 만드는 한 과학자의 고뇌가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를 뒤바꾼 핵무기의 탄생
영화 <오펜하이머>(2023)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기반으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이 원자폭탄을 만든 역사를 그렸다. 핵무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던 그가 어쩌다 선동을 당해 희생양이 됐는지, 사적인 감정을 내세웠던 스트로스의 말로까지 담았다. 이야기를 크게 묶자면 그의 젊은 시절과 원자폭탄 개발 과정, 폭탄 투하 이후 오펜하이머 청문회, 스트로스 제독의 청문회로 나눌 수 있다.

영화 구성에도 과학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놀라운 것은 이야기를 연출하는 편집에도 과학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그랬듯이 놀란 감독은 과학을 영화를 전개하는 방식에도 녹여냈다. 주목할 부분은 영화 내에서 다뤄지는 핵분열과 핵융합을 인물들과 상황에 비유해서 영화를 구성했다.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는 컬러 파트로 주관적인 감정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핵분열’에 빗댔다. 반면 스트로스의 시점은 흑백 파트로 오펜하이머의 리액션을 조명했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서 인과관계를 만들어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것을 ‘핵융합’으로 표현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특유의 연출 방식
CG를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감독답게 개봉 이전부터 핵폭발 장면을 어떻게 구현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 부응하는 듯 그래픽 없이 핵폭발 장면을 성공적으로 묘사했다. 실제 핵을 터뜨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폭발이 다소 밋밋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만약 CG가 들어갔다면 생생함을 해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와 사운드 또한 영화 최고의 장점이자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였다. 폭발하는 모습 직후 정적이 흐르다가 뒤늦게 몰려오는 엄청난 소음과 후폭풍, 긴장한 과학자들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냈다. ‘그래픽 없이도 구현이 가능하다’, ‘다른 요소를 활용해 장면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간 놀란 감독이 실사를 고수했던 이유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본 원자폭탄 투하 직후 오펜하이머의 연설도 명장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열렬히 찬양하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자랑을 이어가던 오펜하이머가 충격파를 암시하는 움직임, 잿더미가 된 관객석, 비명소리와 겹쳐 들리는 환호,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섬광 등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연출은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연출은 몰입도와 더불어 완성도까지 높이는 장치로 작용했다. 

영화를 만든 놀란 감독이 마치 원자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처럼 느껴진다. 연출이 돋보이는 명작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잠시나마 체험하고 싶다면 영화 <오펜하이머>를 추천한다.

서준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저널리즘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16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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