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드라마 ‘로스쿨’ 리뷰
[나의 인생작] 드라마 ‘로스쿨’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3.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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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JTBC 홈페이지(드라마 '로스쿨' 포스터.)
출처 : JTBC 홈페이지(드라마 '로스쿨' 포스터.)

“법은 불완전한 정의다. 하지만 법을 배우는 순간, 그 법은 완전한 정의여야 한다.” 

작중 로스쿨 교수 양종훈(김명민 배우)의 한 말이다. 그리고 이 대사는 드라마 <로스쿨>을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로스쿨>은 JTBC에서 방영된 미스터리 법정 드라마이다. 이야기는 ‘서병주 교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갈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풀어 나가며 전개된다.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감정선과 사건들을 통해 실체적 진실로 나아가는 것이 드라마의 쟁점이다. 

법을 형상화한 인물들
이 드라마는 워낙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방대해 모두가 주인공급 분량을 가진다. 작중 메인 인물인 강솔A와 한준희는 ‘진정한 법조인’을 상징한다. 강솔A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봉변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빽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변호를 받지 못했기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계인 법에게 사과를 받고자 법을 공부하는 인물이다. 반면 한준희는 사시 2차를 패스한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계층이다. 자신의 롤모델이자 아버지 같은 삼촌이 청탁받고 법을 농락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어 사시 3차 면접을 포기하고 로스쿨에 입학한다.

매 회차 계속해서 반복되는 단어가 있다. 무죄추정의원칙과 죄형법정주의이다. 돈 때문에 제대로 된 변호를 받지 못한 강솔A는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무죄 추정의 원칙’과 ‘변호사’를 상징하고, 법을 잘 알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법비(法匪)들에게 제대로 된 검사는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하는 한준희는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및 13조 ‘죄형법정주의’와 ‘검사’를 상징한다. 캐릭터의 설정부터 헌법과 원칙에 기반하여 조성된 것처럼 극 중에서 법을 상징하는 디테일들을 찾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실제 판례 기반의 에피소드들
법정 드라마의 특성상 극 중 에피소드들은 실제 판례를 재구성한 사건들을 기반으로 한다. 필자가 <로스쿨>을 사랑하는 까닭은 현 사회에 만연하게 벌어지는 사건들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법이 새로운 범죄를 따라오지 못해 처벌받지 못하는 죄형법정주의의 한계,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지 못한 처벌 수위와 감형 기준, 사회적인 논쟁거리가 되어야만 사건이 본격화가 되는 등의 문제들이 바로 그것이다.

작중 아주 심도 있게 다루어지는 사건은 폭행 상해, 살인, 성범죄와 같은 형사 사건이다. 아동 성범죄자의 주취 감경 주장, 데이트폭력, 스토킹, 몰래카메라 및 성범죄에 대한 증거를 피해자가 모아 스스로 범죄자의 혐의를 증명해야 하는 등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문제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에 쓰이는 사진이 출소 이후와 매우 다르다는 점, 이혼 후 배우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이루어진 사적제재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답답한 현실에 대한 의문을 제시함과 동시에 사이다를 통해 시청자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양종훈이다 헌법을 가르칠'
드라마는 대사 하나로 정리된다. “양종훈이다 헌법을 가르칠” 드라마에 등장하는 학생들, 일명 ‘로스쿨즈’는 모두 진정한 법조인을 키우고자 하는 교수 양종훈의 제자들이다. 압박 면접은 물론 숨 막히는 강의, 과제를 하지 않는다면 수업에서 쫓겨나는 양 교수의 형법 수업은 가히 공포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학생과 겸상도 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공과 사를 구분하는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모는 진지한 극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양종훈 역을 맡은 김명민 배우는 무려 9분 가량의 형법 수업 장면을 뛰어난 딕션과 장악력으로 원 테이크에 촬영하기도 했다. 역할에 몰입하다 못해 극중 인물 그 자체가 되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드라마를 완성하는 키포인트라 할 수 있다. 진지하거나 웃기거나 다양한 형태의 법정 드라마가 있음에도 로스쿨이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균형’에 있다. 지루하다고 느낄 새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 K-막장 드라마급 끊기 신공, 답답한 현실의 사회적 문제를 짚어주는 에피소드, 로스쿨즈와 교수님들의 케미와 한국 드라마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직접적인 로맨스 장면을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아 전개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다는 점까지 수많은 장점이 있다. 그리고 한 번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왜 '인생작'이라며 ‘로스쿨앓이’를 2년간 지독하게 겪고 있는지를 말이다. 

장나영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저널리즘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6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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