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스며들다] 내 최대의 적은 누구인가?… ‘어스’
[영화로 스며들다] 내 최대의 적은 누구인가?… ‘어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2.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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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어스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사진=어스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웃픈 현실을 보면 웃기지만 문득 두려운 그 느낌은 나름의 매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어스(Us)>의 경우 블랙 코미디에 호러/스릴러가 결합돼 '섬뜩함'과 '두려움'까지 불러일으킨다. 특히 감독 특유의 기괴한 연출과 대단한 음악적 요소는 누구나 큰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평소 자타공인 공포 영화 매니아일 정도로 호러/스릴러 장르 한 우물에 빠져 살던 필자에게 <겟아웃>을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새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의 작품적 특징인 사회적 메시지 전달을 복제 인간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상징적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2019년 개봉해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끈 전작 <겟아웃>의 소포모어 징크스를 보란 듯이 깼다는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1986년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됐던 캠페인 ‘Hands Across America’ 선전을 비추며 시작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와 빈곤층을 위하자는 일명 ‘손에 손잡고’ 캠페인인데, 다소 위선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 실패한 사례이다. 

이어 소녀 애들레이드가 부모님과 휴가를 떠난 산타 크루즈 해변 유원지에서 자신의 도플갱어를 마주치고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가정을 꾸린 애들레이드가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그곳에서 자신들의 도플갱어를 만나고 생명을 위협받으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어스는 특히 상징과 복선, 맥거핀의 적절한 사용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해석의 장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예로 11:11의 숫자 쌍은 영화 내내 등장한다. 피할 수 없는 재앙을 내린다는 성경 구절인 예레미야 11장 11절의 팻말을 든 남자, 시계 속 11:11 숫자, 11:11의 야구 스코어라든지의 연출이다. 이는 똑 닮은 거울상, 즉 복제 인간과 자신을 시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개봉 당시 미국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해 이민자와 불법 체류자를 배척하고 있었다. 특히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던 상황이다. 이 때 <어스>를 본 관객들은 작중 표현된 '그들'과 '우리'를 두고 현실을 바라보며 '더 나은 결과'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너희는 나무를 보고 파란 하늘을 보며 햇빛을 보는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잖아”. 이 작품을 관통하는 명대사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다는 것. 무거운 질문을 던져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 공포와 유익함을 모두 겸비한 알찬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어스>를 추천하고 싶다. 

안보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20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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