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리뷰
[나의 인생작]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2.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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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네이버TV 공식 채널(공식예고편 영상 캡쳐)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네이버TV 공식 채널(공식예고편 영상 캡쳐)

요즘 자극적인 소재들로 가득한 영화와 드라마에 쉽사리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다양한 작품들 사이에서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를 만나게 됐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다뤄지는 내용이기 때문에 어둡거나 무거운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작품은 필자의 생각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따스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호기심으로 시청한 1화를 시작으로 이 드라마는 죽음에 관한 생각이라면 단순히 두려움만을 가지고 있던 필자에게 또 다른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 죽음을 통해 바라본 인생의 가치에 관한 생각을 돌아볼 기회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필자의 인생작이 됐다. 이 작품은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다. 김새별, 전애원 저자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모티브로 제작돼 2021년 공개됐다.

드라마는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그루(탕준상 배우)는 아버지와 함께 유품정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감옥에서 막 출소한 아버지의 이복동생 상구(이제훈 배우)가 그루의 후견인이 된다.

이들은 함께 유품정리사로서 일하게 되며 세상과 이별한 사람들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다. 떠나간 이들이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남은 사람들에게 대신 전달해주는 일을 통해 그루와 상구가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아픔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무브 투 헤븐>은 제작진의 죽음에 대한 접근 방식이 차별화된 드라마 중 하나다. 윤지련 작가는 고인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범인의 동기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 이들은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을 집필한 김새별 유품정리사와 함께 현장에 동행해 함께 고인의 물품을 정리하며 각각의 물건이 고인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보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김성호 감독은 자극적인 요소가 붙어서 신파로 가는 것을 경계하면서 단순히 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길 바랐다. 이런 제작진의 진심 어린 노력이 작품에 잘 반영된 드라마여서인지 시청자들은 작품을 시청하면서 살아생전 고인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지고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다.

또한 <무브 투 헤븐>은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르게 구성됐고, 무엇보다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작중 각 에피소드에서는 일을 하다 기계 때문에 다쳐서도 병원에 가지 못한 청년 계약직 산재사고, 매일 같은 시간 은행에 방문에 돈을 찾던 치매에 걸린 어르신의 고독사, 사랑을 가장한 집착으로 인해 일어나게 된 살인 사건 등 현재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또는 실제로 일어나게 된 일들을 이야기의 모티브로 삼아 고인들의 삶을 그려낸다.

특히 소재 자체의 독창성을 통해 느껴지는 신선함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필자 또한 다소 익숙하지 않은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소재로 선택한 것이 흥미로웠다. 이들은 단순히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 진심을 담아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다. 그리고 남은 유품을 통해서 고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차마 전하지 못한 것을 남은 이들에게 전해주는 일을 한다.

마지막으로, 주인공들은 유족이 원치 않았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고인이 그들에게 소중히 남긴 마지막 말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진심을 담아 고인의 마지막 흔적과 함께하는 이들이 누구보다 다정하게 그들을 위로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을 보면서 많은 사람은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위로를 전하는 이 직업에 관한 관심과 이해를 하게 된다. 많은 이들에게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며 소중한 순간을 더욱 가치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지금부터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작중 그루가 매번 현장에 나갈 때마다 유품 정리 전 고인에게 전하는 말이다. 그루의 말과 행동에서 죽은 이의 마지막에 대해 신중함과 예를 느낄 수 있었고, 한 사람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 끝남과 동시에 필자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남기게 될까? 내가 유품정리사였다면, 유품을 통해서 죽은 자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을까? 같은 생각 말이다. <무브 투 헤븐>,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위로와 마음속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염희원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6월 23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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