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드라마 ‘시그널’ 리뷰
[나의 인생작] 드라마 ‘시그널’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2.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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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다
출처: tvN 공식 홈페이지(시그널 사진첩 캡쳐)
출처: tvN 공식 홈페이지(시그널 사진첩 캡쳐)

평소 폭력적인 장면이 반복되는 범죄/수사물 작품을 보기 꺼려했었다. 하지만 드라마< 시그널>을 알게 되고 이 장르의 재미를 알게 됐다. 2016년도 tvN에서 방영된 <시그널>은 실제로 일어났던 다양한 사건들을 전개하고, 과거와 현재 간의 무전을 통해 주인공들 중심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큰 흐름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첫 번째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이틀 남은 시점에서 2000년도 이재한 형사(조진웅)로부터 첫 번째 무전이 온다. 이재한이 실종되기 직전 두 번째 무전을 통해 “과거 바꿀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이는 악랄하고 부패한 현실 속에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전이 이어져 왔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재한은 돈으로 회유하려고 해도 “처음 그 한 번. 그게 시작인 거예요”라는 말을 하며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정의로운 인물이다. 그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재한과 박해영(이제훈)의 첫 사건이 끝난 후 장기미제 전담팀이 창설되고, 과거 이재한의 동료였던 차수현(김혜수)과 박해영이 한 팀이 돼 장기 미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서울청 ‘장기미제 전담팀’

서울청 ‘장기미제 전담팀’이라는 설정은 극 중에서의 장기미제 사건들이 실화를 모티브로 구성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끌게 한다. 사건 중 몇 가지는 실제 장기미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금은 진범이 밝혀졌지만 방영 당시까지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과 아직까지도 미제로 남아있는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그러나 법률 불소급의 원칙으로 인해 2015년 이전에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된다.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장기미제 전담팀’이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은 공소시효의 유무와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봄으로써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과거-현재의 연결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으로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무전기’를 통해 2015년도의 박해영과 2000년도에 실종된 과거의 이재한이 시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소통한다. 이는 ‘현재’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과거’와 ‘현재’ 모두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 작품은 기존의 타임슬립물과는 달리 이야기 전개 속에서 ‘변화’로 인한 현재의 ‘다른 결과’를 스토리와 연출을 통해 이해하기 쉽도록 명확하게 보여줘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나에게도 과거와 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메시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시그널>에서 주목할 부분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모든 회차에서 꾸준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다”라는 박해영의 대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포기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사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무전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살리고자 하는 마음과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인해 오래된 무전기임에도 불구하고 무전이 가능하다. 우리 주변에는 계속해서 크고 작은 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한 사람의 외침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법이 제정되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 사람의 간절함을 시작으로 현실이 변화할 수 있다.

“나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갑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어떠한 일을 겪든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이재한 형사. 심금을 울리는 그의 대사는 시청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끝까지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간절함이 묻어난 배우의 연기는 마치 ‘무너지지 말라고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아 울컥하면서도 미소 짓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회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변화하도록 만들어 과거보다 더 나은 현재,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매 순간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로 가득한 드라마. 우리의 삶을 솔직히 바라보게 하는 드라마. 필자에게 처음을 선물해 준 인생작 <시그널>을 우리 사회에 관심이 많은 사람,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후회와 자책, 공허함. 그 속에 피어나는 간절함의 ‘신호’가 당신에게도 닿기를 바란다.

정유희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6월 15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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