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나의 인생작]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1.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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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떨어지는 돌에도 오열하며 자신을 비로소 사랑하게 되는 영화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한꺼번에. 영화는 제목 그대로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양자경을 주연으로 하며 다니엘스라는 감독 듀오가 만든 2022년에 개봉한 영화이다. 영화는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의 부문에서 수상을 포함해 각종 비평가 단체와 시상식에서 총 158개의 상을 수상했다.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양자경)은 조사 감사 때문에 힘든 와중 정말 우연한 계기로 멀티버스를 경험한 후 자신의 수많은 다른 삶을 마주하게 된다. 이 와중에 순수 악을 자처하며 멀티버스를 넘나들어 세계를 파멸로 이끌려는 딸에 깃든 조부 투바키라는 존재에 대적하기 위해 에블린은 다른 차원의 자신들을 경험하며 힘을 빌린다는 줄거리이다. 다소 진부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진행될수록 넘치는 볼거리가 가득하면서 깊은 감동까지 선사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지금부터 소개해 보겠다.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이 영화는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장르를 표현하고 있다. 가족 영화를 기본으로 코믹한 장면과 로맨틱한 장면들이 연출되며, 중간중간 SF적 요소나 주연 배우 양자경의 특기인 무술을 활용한 매우 높은 수준의 액션씬도 등장한다. 상업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예술 영화에 자주 사용하는 편집 방식과 구성을 활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다양한 장르를 활용하면서도 높은 몰입도와 시원한 전개로 보는 이로 하여금 139분이 짧게 느껴지게 한다.

이 작품은 다른 영화들에 대한 존경도 오마주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라따뚜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심지어 주연 배우 양자경이 출연했던 <와호장룡> 등 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영화들을 여럿 오마주했다. 이러한 오마주를 눈치챈 사람들은 영화의 내용과 연관 지어 감상할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 <에브리쌍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얼마나 영화 자체를 사랑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했는지 알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영화 산업의 대표 주자를 유지하던 마블은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한 이후 계속된 부진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멀티버스라는 개념의 허술한 구성에 비해 높은 의존도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블에 비해 엄청난 저예산 영화임에도 멀티버스를 다루는 방법이 탁월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예를 들자면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내가 독립적인 인격체로 등장해 기존과 전혀 다른 캐릭터가 끊임없이 소개되는 마블과 달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또 다른 나와 정신만 공유하고 공유된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의 캐릭터가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다는 설정이다. 이러한 설정 덕에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 기존 인물들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뛰어나며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간결하기 때문에 모든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이 편하게 이해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인간은 살면서 여러 가지 선택을 하게 되며 이에 따라 결과가 발생하고, 다른 결과들을 상상하며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영화 속 에블린도 선택에 따라 더 많은 명예를 누리거나 지금보다 더 여유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와 실패의 연속이라는 필연적 상황 속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라는 가치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한 가정의 엄마로서 가족 단위의 소소한 위로를 건넨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후회하지 말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조언을 건네는 것 같다.

특히 이야기의 끝으로 갈수록 강화되는 의미는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영화 내에 웃음 요소로만 등장했던 모든 설정도 결론에 도달하면서 전부 의미 있고 중요한 장치가 되며 큰 감동을 선사한다. 절벽에서 두 개의 돌이 떨어지는 모습에서도 울컥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다른 결과로 탄생한 또 다른 나와 비교하면서 후회하게 된다. 하지만 "너는 모든 것에 실패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는 조부 투바키의 대사처럼 우리는 실패를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또 뭐든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실패를 통해 느꼈던 감정을 원동력으로 삼았던 과거를 되돌아보며 이 영화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 또한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들 또한 그간의 실패를 돌아보며 현재를 사랑함으로써 다시 한번 삶의 활력을 얻게 된다.

현재 자신의 삶이 실패했다고 느낄 때,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 때, 혹은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으면서도 깊은 여운을 느끼고 싶을 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감상하는 건 어떨까. 모든 것이 모든 순간에 한꺼번에 혼재되는 순간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될 거라고 자부한다.

남교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6월 12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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