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드라마 ‘마더’ 리뷰
[나의 인생작] 드라마 ‘마더’ 리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1.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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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숙하지만 강한 사랑을 담은 작품
출처: tvN 홈페이지(마더 사진첩 캡쳐)
출처: tvN 홈페이지(마더 사진첩 캡쳐)

평소 정서경 작가가 집필한 영화들을 좋아했다. <마더>는 정서경 작가의 첫 드라마 집필작이었기에 안 볼 이유가 없었다.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정서경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서 이 작품은 필자의 인생작이 됐다.

<마더>는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tvN에서 시즌제로 방영된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한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방영 당시 원작과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원작을 봤던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작품은 유괴된 아이를 찾는 경찰들의 수색 장면으로 시작해 유괴 한 달 전의 상황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류 연구원인 수진(이보영)은 연구소가 문을 닫게 되자, 초등학교 임시 교사직을 맡게 된다. 수진은 자신의 반 학생인 혜나(허율)가 집에서 엄마의 동거남에게 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폭력을 당한 후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버려진 혜나를 유괴해 수진은 혜나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수진은 혜나를 찾으려는 경찰과의 추격전을 벌이며 어려움에 놓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혜나를 보호한다.

이 작품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는 엄마 역할을 하는 수진과 딸이 된 혜나의 관계 변화를 보는 것이다. 엄마와의 복잡한 관계로 인해 자신은 절대 엄마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수진은 혜나와 시간을 보내며 자신에게서 모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성장한다.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가며 ‘엄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에 맞서는 용기를 가지는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는 다양한 장면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다. 특히 “엄마가 되는 건 중병을 앓는 것과 같아. 모든 사람이 다 그 병을 이겨낼 수는 없겠지. 아주 아주 힘든 일이야”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는 엄마라는 역할을 짊어지며 그 무게를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와 ‘대중’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일본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지만 출산과 모성을 동일시하게 여기며 당연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 드라마는 출산의 과정 없이도 모성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더불어 완벽하고 좋은 엄마가 아닌 특정 부분이 결핍된 다양한 형태의 엄마들을 등장시키며 해당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시청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남긴다.

<마더>는 기존 작품들의 단순한 서사를 넘어 보다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직장과 여성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여성과 엄마를 보여주는 일반적인 것을 벗어나 여성과 여성의 연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모든 것을 독립적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위기의 순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부분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나 혼자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한다.

담백하고도 담담한 ‘마더’의 연출과 어우러지는 OST는 이 드라마에 흠뻑 빠져들도록 하는 포인트 중 하나이다. 작품의 OST는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든다. 탄탄한 스토리와 감정을 자극하는 OST가 만나 시청자들의 모든 감각을 충족시키고 극대화한다. 특히 ‘나인 너에게’는 무게감 있고 깊이 있는 김윤아의 목소리가 지쳐있던 마음을 위로하고 힘을 건넨다. 드라마가 종영되고 난 후 노래만 들어도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특유의 어둡고도 희망적인 분위기, 당시 주인공과 공유했던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되새기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겠다는 헌신적인 사랑은 로맨스 드라마를 통해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감각을 자극한다. 엄마라는 역할이 처음부터 주어진 역할이 아니기에 미숙하고 여리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 성장하고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이들의 관계는 연대의 힘,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더불어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함께 분노하고 고통을 나누며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은 한없이 따뜻하고 감동적이다. ‘마더’는 삭막하고 쓸쓸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우리가 직면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주인공들의 고통과 상처를 함께 나누며 상처를 치유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박서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5월 26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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