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최대 논란 ‘암표’… 내년엔 극복할까?
공연계 최대 논란 ‘암표’… 내년엔 극복할까?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12.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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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씨는 지난 10월에 개최된 ‘2023 임영웅 IM HERO 서울’ 콘서트의 티켓을 부모님께 선물하기 위해 예매를 시도했다. 하지만 치열한 티켓팅 끝에 결국 실패했다. 취소표 등 표를 구할 다른 방법이 없을까 찾는 도중 ‘번개장터’와 같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콘서트 티켓이 거래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판매되고 있던 가격은 무려 원금에 30만 원이 더 붙은 가격. A씨는 결국 ‘2023 임영웅 IM HERO 서울’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지 못했다.

실제 이 문제는 자동 실행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이용해 표를 부정으로 대량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대량 구매 후 웃돈을 붙여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암표 매매’는 현재 별다른 대응방법이 없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구매자는 불만을 토로하는 동시에 효심이나 팬심 등의 이유로 암표를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큰 수익이 남게 되는 구조이다. 

정부가 이를 두고 2020년 12월 ‘공연법’ 개정 등 부정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의무가 규정되기도 했지만, 온라인 암표 매매에 있어 한계점이 존재한다. 모바일 시대 이후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는 반면, 현재 공연법은 오프라인 암표만을 두고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법이 기술 발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에도 대표적인 암표 사례와 이에 대한 불만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 부정 판매 방지를 위한 법 개정 이후 3년간의 상황을 살펴보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에 진행된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 티켓이 당근마켓, 번개장터와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 최대 25만 원 정도의 표를 약 100만 원으로 판매하는 매물이 올라오는 등 암표와의 전쟁은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판매를 금지하는 명시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주요 언론에서 21년 이후 현재까지 암표와 관련한 기사가 얼마나 보도됐는지 빅카인즈를 통해 확인한 결과, 총 1210건이 보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도 180건, 2022년도 297건 2023년도 733건으로, 확연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는 사회·대중의 영역에서 암표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돼 언론에서 꾸준히 주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2020년 12월 개정안이 현실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이같은 정황은 콘서트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티켓 또한 중고거래 사이트 내 정가의 2~3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됐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개막식 티켓 오픈과 동시에 5배 가까이 웃돈을 얹어 판매되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부정 거래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조회가 가능한 티켓의 경우 우선 글을 내려달라고 경고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올해부터는 소속사들의 직접적인 대응을 하는 사례들이 하나씩 나타나며, 그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아이유 소속사 EDAM 엔터테인먼트는 ‘2023 아이유 팬콘서트 ’의 부정 티켓 거래 정황을 파악해 공식 팬클럽 ‘유애나’에서 제명 조치를 실시하고, 부정 판매 티켓을 제보한 팬에게 취소표를 선물해 주는 일명 ‘암행어사 전형’을 선보이기도 했다.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 뮤직에서도 불법 암표 매매와 관련해 강력 대응을 선보였다.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예매 건은 사전 안내 없이 취소를 진행했으며, 부정 판매 사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주최·주관사의 노력에 따라 발생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근본적인 대안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약 14만원의 티켓이 35배 넘게 거래될 만큼 나날이 치솟는 암표 값. 2024년에는 매크로에 대한 처벌 규정을 통해 근절되지 않는 암표 판매를 두고 공연 업계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암표 매매에 대한 처벌 근거를 좀 더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팽창하고 있다. 이제 여론의 시선은 문체부를 비롯한 정부에 향하고 있다.

이예린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저널리즘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8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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