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빨리 벌고 싶어 입학... 경험 못한 일 많아 지금은 행복"
"돈 빨리 벌고 싶어 입학... 경험 못한 일 많아 지금은 행복"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12.2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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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살기③] 치위생학과 실습생 김다빈씨
사진=인터뷰 중인 김다빈씨
사진=인터뷰 중인 김다빈씨

'갓생 살기'는 부지런하고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로,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이란 뜻의 한자 '생(生)'의 합성어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대학생·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기자말]

여타 대학생들과 달리 조금 더 빠른 학기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실습학과 학생들이다. 하반기 실습이 한창이라는 경동대학교 치위생학과 김다빈(22)씨도 마찬가지다. 그저 돈을 빨리 벌고 싶었던 그는 빠른 취업을 위해 치위생학과를 선택했다. 시작은 물질적 가치에 그쳤지만, 현재는 그 속에서 다양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겨울 내음이 물씬 나는 주말 저녁, 한 카페에서 김다빈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누구나 대학 진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김씨 역시 생각이 많았다. 그는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그러려면 방향성도, 능력도 확실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김씨는 결국 커리큘럼이 확실한 국가고시 직업군을 알아보게 됐고 그 끝에 치위생학과에 진학했다고 전했다. 치위생학과는 김씨에게 꽤 잘 맞았다. 그는 "업무가 명확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성향상 부담도 적어서 좋다"고 말했다.

3학년이 되니 확실히 저학년과는 다르다는 김씨는 "1~2학년 때는 교양을 함께 배워 널널했는데 3학년이 되자마자 실습이 몰아치더라"고 말했다. '첫 실습이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직도 처음 기구를 잡고 친구들과 상호실습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상상과 실제는 많이 달랐다"며 "입안에 고이는 침이나 기구에서 나오는 물을 석션으로 빨아들이는 게 꽤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레벨 2에서 마치 10으로 건너뛴 느낌이었다고 한다.

"어려웠죠." 실제 병원으로 나가는 실습에 대해 묻자, 김씨가 곧바로 내뱉은 한마디였다. 특히 김씨의 경우 학교 커리큘럼상 신경치료를 배우지 못한 상태로 신경치료 전문과에 실습 배치가 돼 더욱 막막했다. "매뉴얼만 달달 외웠고, 부족한 내가 어시를 해도 되는건가 싶었다"는 김씨는 그럼에도 "많이 해보니 또 늘더라"며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사진=인터뷰 중인 김다빈씨
사진=공부자료

한편 실습 병원의 출퇴근도 쉽지 않은 상황 중 하나였다. 강원도에 거주하던 김씨가 수도권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반기 실습 기간이었던 3~4월을 고시원에서 살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처음엔 병원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급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며 "일주일쯤 지나니 혼자있다는게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꽉 막힌 방 안에만 있으면 우울해질 것 같아 매일매일 밖에 나갔다"며 "쉬는 주말에도 화장을 하고 나갔는데, 특히 밤 산책이 그렇게 좋았다"고 말했다. 벚꽃이 만연하던 3월, 힘든 일과 후 음료 한잔을 들고 보던 벚나무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3학년 마무리를 두고 실습 후에는 본격적으로 국가고시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치위생사가 국가고시 대상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공부량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치위생사도 국가고시를 봐야만 자격증이 나와 4학년 때는 거의 시험 준비로 한 해를 보낸다"고 전했다.

그는 본인과 같은 길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취업을 빨리하는 과이니 남들보다 미래를 더 빠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면허증이 생기더라도 방황을 겪게 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졸업 후 길이 많은 게 아니라, 오직 국가고시와 면허, 취업이라는 길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라면서 "이 분야에 시간을 투자할 확신의 유뮤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모르는 것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게 솔직히 쉽진 않지만, 그래도 해보고 후회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무서워하면 그 근처도 못 갈 테니 일단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경험이 많으니 더 열심히 살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고윤주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저널리즘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1월 28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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