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혼영 등 ‘혼족’들의 ‘나홀로 문화’가 보편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함께 할래요”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져 눈길을 끈다.
이른바 ‘투게더 족’으로 한 아파트에 같이 사는 것은 물론, 택시도 같이 타고 게임도 같이 하는 등 각종 문화생활을 공유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투게더 족’은 단순히 돈과 시간을 절약하려는 목적뿐 아니라 혼자 할 수 있는 활동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려는 취지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함께 하자’는 문화는 지역 내 대학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한림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xx에서 학교까지 택시 같이 타실 분 있나요?”라는 게시글이 하루 약 10건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림대 택시’라는 게시판이 생겨났다.
또 다른 한림대 커뮤니티 ‘한림라이크(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에는 ‘같이 (택시) 탈까요’ 외에 ‘함께 공부해요’ 등 게시판이 잇달아 출현했다. “함께 하자”는 문화는 택시 뿐 아니라 “같이 노래방 다닐 분”, “같이 보드게임 하러 갈 사람 있나요?” 등 여가 생활을 같이 즐기자는 게시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통계 수치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1인가구의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청장년층인 25~34세 비율은 2000년 37.9%에서 2017년 23.8%로 감소했다. 통계청에서 1인 가구란 1인이 독립적으로 취사, 취침 등 생계를 유지하는 가구를 의미한다. 청장년층에서 ‘홀로 문화’ 대신 ‘다 함께’ 문화가 확산중인 현실과 맥락을 같이하는 수치라 할 수 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학교 커뮤니티에 “볼링 같이 칠래요?”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같이 볼링을 칠 친구가 있었지만 4명이서 가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글을 올렸는데 마침 어떤 사람이 ‘저희도 두명이니 같이 가자’고 말해 만남이 성사됐다”며 “그날 이후 마음이 맞아 지속적으로 볼링을 치기 위해 만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시적 만남이 장기적인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학생들과 함께 택시를 공유해 타고 다니는 통학생 박모(20)씨는 “이번 학기부터 통학을 시작하면서 택시비 부담이 컸는데 통학 시간이 비슷한 4명이서 같이 택시를 타게 돼 가격이 4분의 1로 줄었다”며 “학교에 가기 전에 밥을 같이 먹기도 한다. 단순히 돈 절약만이 아니라 대인관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림대 사회학과 엄한진 교수는 “청년들이 생활을 공유하는 현상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고 갈수록 심화되는 개인주의와 개인적 소유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며 “경쟁과 양극화를 부르는 극한의 자본주의가 가장 큰 피해자인 청년들을 역설적으로 공유와 협동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이 틀에 짜여 있는 한국사회에서 청년들 자신이 만들어가는 문화라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희수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