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대학 입학, 진학만 바라본 공부 싫었는데..."
"26살 대학 입학, 진학만 바라본 공부 싫었는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10.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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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살기①] 사회부터 경험하고 대학 온 김일태씨 "첫 강의 듣고 감탄"

'갓생 살기'는 부지런하고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로, '갓생'은 신을 의미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이란 뜻의 한자 '생(生)'의 합성어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대학생·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기자말]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교에는 조금 독특한 학생이 있다. 누구보다도 대학 생활이 즐겁다는 21학번 대학생 김일태(28)씨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바로 진학하지 않고 사회로 나갔지만, 전역 이후 마음을 돌려 조금 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당시 신입생이던 김일태씨의 나이는 26세였다. 가을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18일 저녁, 춘천 한림대학교 인근 한 카페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원래도 영화와 클래식을 좋아했지만 '영화와 클래식'이라는 강의를 들으며 두 가지가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체감했어요"라며 말문을 연 김씨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와 취업에 대한 걱정이 앞서던 신입생 시절,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고마운 수업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저는 다른 학생들이 어렵다 혹은 난해하다 하는 수업이 특히 재밌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김씨도 처음부터 대학에 안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대학 진학만을 바라보는 목적 없는 공부에 싫증이 났다"면서 "대학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 같아 바로 사회에 나갔다"고 전했다. "아버지 일을 돕거나 MCN(Multi Channel Network) 회사에서 기획 등을 배우며 하고 싶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나이 때문에 민망한 상황도 많았다고. 김씨는 "학번만 보고 반말하던 선배들이 저의 실제 나이를 듣고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저는 괜찮은데 본인들이 많이 당황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린 친구들이 손이 빨라서 수강신청하는 게 매번 너무 힘들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김일태씨도 학업 외의 시간에는 또래 학우들처럼 취미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게임과 독서를 좋아한다는 그는 "책을 읽는 것은 글자와 글자 사이의 공간에 누워서 쉬는 기분이 들 정도로 편하다"고 설명했다. "성우 시험을 준비하는 등 사회로 나가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 "지금은 탐색하는 과정인 만큼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도 전했다.

문득 김일태씨가 늦은 나이에도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궁금해졌다. 김씨는 "군대 다녀온 남자라면 다들 공감할 텐데 병장쯤 달면 '나가서 뭐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저도 앞으로 전문성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려면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오기 전에 영상 관련 일을 했었고 관심도 있어서 디지털미디어콘텐츠 전공을 선택했다"며 "현재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데는 변함없는 아버지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부터 항상 저를 응원해 주셨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셨다"면서 "어머니도 처음에는 많이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저의 결정을 존중해주신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단기적 꿈, 장기적 꿈이 따로 있다"는 김씨는 "단기적 장래 희망은 성우"라고 소개했다. "일단 극회에 들어가 전속 성우를 하면서 배우고, 협회에서 자격증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성우 생활 시작하는 게 단기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종적인 꿈은 5, 60대쯤 게임 하나 만들기"라는 그는 "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아 궁극적으로 게임 감독이 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할 수 있겠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한림대 재학 중인 '인생 후배'들에게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꼭 가져보셨으면 좋겠다"면서 "분명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의찬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저널리즘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9월 27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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