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웅, 세계 최대 발달장애인 사이클 경기서 4위... "더 노력할 것"
원종웅, 세계 최대 발달장애인 사이클 경기서 4위... "더 노력할 것"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07.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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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버투스 글로벌 게임' 참가... 처음 타본 200m 트랙서 값진 성과
'개인도로 15km 독주'에 출전, 출발하는 원종웅 선수와 바로 뒤 공민우(44)코치의 모습. 출처=스페셜올림픽코리아
'개인도로 15km 독주'에 출전, 출발하는 원종웅 선수와 바로 뒤 공민우(44)코치의 모습. 출처=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이클 한국 대표로 참가한 원종웅(28) 선수가 프랑스 비시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발달장애인 엘리트 스포츠 대회 '버투스(Virus) 글로벌 게임' 트랙 4Km 등 출전한 4개 종목에서 4~6위를 차지했다.

원 선수는 9일 열린 '트랙 4km 독주'에서 5분 17초 014, 10일 열린 '트랙 1km'에서는 1분 15초 324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이보다 앞선 6일 '개인도로 60km'에서는 1시간 46분 15초로 6위, 7일 '개인도로 10km 독주'에서는 13분 45초 732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원 선수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매년 금메달을 손에 넣는 등 국내에선 최정상급 사이클 선수다. 이번 성과는 프랑스·에콰도르 등 세계 전통 사이클 강호들과 함께 경쟁해 얻은 결과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지난 21일, 원 선수의 실내 훈련장 '춘천 자전거 플랫폼'에서 이번 대회를 함께 복기해 봤다. 
     
만반의 준비

트랙 경기 직전, 출발선상에 선 원종웅 선수. 출처=원정희
트랙 경기 직전, 출발선상에 선 원종웅 선수. 출처=원정희

흔치 않은 국제대회인 만큼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18년 첫 출전 당시 사이클 부문 유일한 한국 대표였으나 사비를 들여 '개인 자격'으로 나간 대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페셜올림픽코리아'를 통해 국가대표에 발탁돼 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원 선수는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회에 나갔다"고 각오를 회상했다.

만반의 준비도 필요했다. 원 선수는 3일(현지시각) 비시에 도착, 첫 경기가 있는 6일까지 컨디션 조절에 집중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측에서 가장 신경 쓴 건 식사 문제다. 다행히 현지에서 조달한 음식에 대해 원 선수는 "모두 한식이라 입맛에 잘 맞았다"고 전했다. 장비가 많아 걱정이었지만 분해된 자전거를 전용 캐리어로 실어 날랐고, 경기 직전 규정에 맞춰 순조롭게 조립할 수 있었다.
     
처음 타본 200m 트랙서 오히려 강세

트랙 경기 직전, 출발선상에 선 원종웅 선수. 출처=원정희
트랙 경기 직전, 출발선상에 선 원종웅 선수. 출처=원정희

원 선수는 9일, 10일 열린 두 트랙 종목서 4위를 기록했다. 타 국가 대표선수의 기록을 알기에 "중간만 해도 성공"이라 예상했던 것에 비해 엄청난 성과다. 해당 성적은 동일한 환경의 트랙을 타보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값지다.

원 선수가 훈련하는 국내 훈련장 양양 벨로드롬의 트랙 길이는 333m인 데 반해 경기를 치른 부르주(Bourges) 벨로드롬의 트랙 길이는 200m다. 길이가 짧은 만큼 경사와 코너도 더 심하다. 이에 대해 원 선수는 "코너를 돌 때 몸이 너무 기울었지만, 경기 전 연습시간에 최대한 감을 잡았다"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순위 확정 직후의 기분을 묻는 질문에는 "후회는 없었다. 뿌듯함이 더 컸다. 앞으로 더 노력하면 1등도 가능하겠다는 가능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코치님은 기록이 당겨져 만족스럽다고 했고, 부모님은 4위도 잘한 거라고 했다"며 주변의 반응을 전했다.
           
프랑스 강세 속 4위 차지
 

 개인도로 60km 경기에 출천한 원종웅 선수.(흰색 옷) "펠로톤에서 빠져나가기 쉽게 가장자리에 위치하라"는 코치님의 조언대로, 펠로톤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모습이다. 출처=스페셜올림픽코리아
 개인도로 60km 경기에 출천한 원종웅 선수.(흰색 옷) "펠로톤에서 빠져나가기 쉽게 가장자리에 위치하라"는 코치님의 조언대로, 펠로톤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모습이다. 출처=스페셜올림픽코리아

아버지 원정희(55)씨는 "솔직히 중간만 하고 오자고 생각했다. 코치님도 다른 국가 선수들의 기록을 알고 있기에 중간만 해도 성공이라 하더라"며 목표를 전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건 전통적 사이클 강국 '프랑스'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1903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자전거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개최하는 나라다. 경기를 지켜봤던 아버지는 "유럽 선수들이 많아 분위기에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종웅이는 혼자였지만, 프랑스 선수들은 단체로 나와서 팀플레이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원 선수는 "프랑스와 에콰도르는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팀플레이를 하는 성격이었고, 일본 대표로 출전한 오타니 하루키는 순간적 스피드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원 선수는 유럽 국가들의 팀플레이가 만연하던 '개인도로 60km'에서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했다. 경기 전 세운 전략은 프랑스·에콰도르·일본 선수들을 따라가는 것. 혼자 달리게 된다면 바람을 홀로 맞아야 해 체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 프랑스 선수 한 명이 펠로톤(자전거 선수들의 무리)을 흔들기 위해 홀로 나와 질주했지만, 추격하지 않으면서 흔들리지 않았다. 원 선수는 "국내에 비해 도로환경이 좋아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계속 선두 그룹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경기에서 원종웅 선수는 6위, 일본 선수는 2위를 차지했다. 

귀국 후 하루만 휴식을 취하고 강릉에서 열린 장애인생활체육대회에 출전한 원 선수는 "앞으로 체중 감량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속도에 더 탄력이 받는다"며 앞으로도 더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 3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국제대회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싶다. 그리고 꼭 챔피언이 되고 싶다"던 원 선수의 도전이 목표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이승윤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6월 27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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