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앱서 알바 찾다 날벼락... 취준생 울리는 보이스피싱
구직앱서 알바 찾다 날벼락... 취준생 울리는 보이스피싱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05.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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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기록 만든다며 통장 비번 요구해 범죄 이용, '공범' 의심받을 수도... 이럴 땐 의심해야

유명 구직 애플리케이션에 허위 공고를 게시해 통장 개설을 유도한 뒤 다른 보이스피싱 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게 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등장해 주의를 요하고 있다.

20대 취업준비생 백아무개(23)씨는 지난해 7월 유명 구직 앱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가 졸지에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리게 됐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통장이 다른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자들의 돈을 범죄자에게 넘겨주는 데 쓰이고 있던 것이다.

당초 백씨는 이 앱에서 시간대와 페이가 적당한 영화관 구직공고를 발견해 지원했다. 연락이 닿은 아웃소싱 업체로부터 '일하게 될 회사가 취급하는 은행의 통장을 급여 지급 목적으로 신설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아웃소싱업체는 "영화관 측에 당신을 경력자라고 소개했으니 통장에 급여 내역을 남겨야 한다"며 백씨 명의의 통장으로 급여가 입금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회사 측에 돈을 돌려줘야 하니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급여내역이 남은 통장 사본을 만든 후 통장 비밀번호를 바꾸면 된다"는 아웃소싱업체의 말에 잔고가 없는 통장이니 별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한 백씨는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며칠 뒤 통장의 출입금내역을 확인한 백씨는 뭔가 수상함을 느꼈다. 급여내역이 남아야 한다는 아웃소싱업체의 말과 달리 통장에는 일반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돈을 입금하고 있었다. 이 돈들은 현금 인출기를 통해 몇 시간 뒤 바로 인출됐다.

그제서야 보이스피싱에 본인의 계좌가 이용당했음을 직감한 백씨는 곧바로 통장 입출금을 정지시키고 아웃소싱 업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상대방은 착신을 정지해둔 상태였다. 구직 공고는 이미 삭제된 뒤였다.

처음부터 이 공고가 이같은 사기를 목적으로 허위 작성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백씨는 곧바로 경찰서를 찾아가 해당 사실을 신고했지만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백씨의 계좌가 신고 접수되면 검찰에 출석요구가 있을 것이며 본인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소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선량한 시민이며 보이스 피싱 피해자일 뿐"이라는 이야기는 경찰 신고접수에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비슷한 변명을 하며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실제 보이스피싱 공범들이 많기 때문에 순전히 백씨의 말을 듣고 수사를 진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백씨의 해당 계좌는 입출금 정지 상태이며 아직 검찰소환명령이나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사진=대포통장에 이용된 실제 백씨의 통장 내역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보이는 권·장모씨가 백씨의 계좌로 입금하자 한 시간여만에 바로 현금 ATM으로 인출된 기록이 선명하다.
사진=대포통장에 이용된 실제 백씨의 통장 내역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보이는 권·장모씨가 백씨의 계좌로 입금하자 한 시간여만에 바로 현금 ATM으로 인출된 기록이 선명하다.

구직 시 사업자등록번호 등 확인 필요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수법은 대체로 취준생, 노년층 등 사회적으로 취약하거나 금전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주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처럼 스스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이자 범죄자가 아님을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후 대처가 중요하다.

우선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경우 곧바로 관할 경찰서에 해당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인지 즉시 신고를 접수했다는 사실 또한 법정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까운 경찰서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서'를 발급하는 것도 사고를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계좌에 범죄피해금액이 남아있다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명의자의 소명을 거쳐 피해자에 환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접속해 개인정보노출자 사고 예방시스템(pd.fss.or.kr)에 신상정보를 등록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감원에 이 신고를 해두면 대부분의 금융기관에 공유가 돼 본인명의의 은행계좌를 신설하거나 신용카드 발급 등 비대면 거래가 제한돼 누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2차피해를 막을 수 있다.

피해 발생 이후 사후 대처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두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먼저 구직 공고에 기재된 업체의 사업자 등록번호를 국세청 홈택스(https://www.hometax.go.kr)에서 조회해 볼 수 있다. 사업장과 근무지의 주소가 실제 장소에 위치해 있는지, 정상적인 업체가 맞는지 구직 지원 전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구직 과정에서 구직자의 금융정보(통장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OTP카드 등)를 요구한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정상적인 사업장은 구직자의 금융정보를 묻지 않는다. 통장 사본 이외의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사업장은 보이스피싱과 관련돼 있을 확률이 높으니 구직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혜정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5월 10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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