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군납 감자·무·파, 올해 절반은 버렸다"
"수십 년 군납 감자·무·파, 올해 절반은 버렸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3.05.0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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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군납 경쟁입찰제 전환, 춘천·화천 등 접경지역 농가들 '울상'

군 부실급식 대책으로 농축수산물의 군부대 납품방식을 수의계약 방식에서 완전경쟁입찰로 전환키로 하면서 군납농가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군부대가 가장 많은 강원도는 그동안 화천농협, 인제농협 등 10개 지역 단위농협과 100% 수의계약을 통해 군납을 진행해왔고, 농가들은 계약 물량에 맞춰 작물을 재배해 지역 원예 농협에 전달해왔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도내 군납농가들의 농산물 공급 규모는 2021년의 경우 1만7126t, 458억여 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정부가 대책회의를 통해 군납 수의계약 물량을 완전경쟁입찰 전환을 위한 잠정조치로 2024년도까지 기존 수의계약을 7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물량 공급이 갑자기 대폭 줄어 재배농작물을 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사진=강원도내 군납농산물거래 실적. 22년도부터는 군납방식 변경으로 인해 군납농산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처= 강원도청
사진=강원도내 군납농산물거래 실적. 22년도부터는 군납방식 변경으로 인해 군납농산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처= 강원도청

"갑자기 계약 물량을 절반 넘게 줄이자 해서... 남은 거 반은 다 갖다버렸어. 평생 군납만 해와서 남은 거 처리할 방법도 몰랐고, 당장 얘네(감자)는 썩어가고..."

38년째 부대에 군납을 해온 농민 이인섭(90)씨는 정부가 발표한 수의계약 축소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기존 계약 수량에 맞춰 재배했던 작물 중 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작물은 대책없이 버려지기만 했다"는 것이다.

춘천시 신북읍에서 67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이씨는 "70%라도 유지돼서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이 땅에서 감자랑 무, 파만 몇 십년을 계약 재배해왔는데 토질이 이미 여기에 적응돼 당장 다른 거 못 심고 심어도 족히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수의계약 체결 70% 안에 드는 것도 규모가 작은 농가들은 꿈도 못 꿀 일"이라며 소작농들의 체결되지 못한 작물들에 대한 현실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경쟁입찰 도입으로 화천군을 비롯, 춘천·인제·고성 등 접경지역 군납농가들의 피해가 막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458억여 원을 기준으로 하면 137억 원어치의 농산물 군납이 줄어드는 것이다.

군납농가들은 '경쟁입찰이 도입되면 외국산이나 대기업이 납품하는 농산물이 군납을 독차지하게 돼 결국 군납농가들의 생존권 위협뿐만 아니라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이 군급식에 공급돼 장병들의 건강도 해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군납농가와 지자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강원도청과 국방부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월 6일 강원도가 발표한 강원특별자치도 개정안 제 95조 1항에 '국가는 접경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피해를 입은 많은 군납농가는 오는 6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4월 28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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