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고성방가... 대학가 원룸 입주자들, 층간 소음에 몸살
새벽마다 고성방가... 대학가 원룸 입주자들, 층간 소음에 몸살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2.12.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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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기준 미적용 건물 많고 민원제기할 사무소 없어... 사회적 제도 마련 필요

춘천의 한 대학에 다니며 학교 앞 원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생 정아무개(22)씨는 최근 윗방에서 나는 생활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생활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다.

다세대 원룸 주택 거주자들이 다 들리도록 큰 노래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모두가 잠든 새벽에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로 잠이 깨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시험기간에 친구 여러 명을 데리고 와 바닥을 쿵쾅거리며 새벽까지 노는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다. 참다못해 올라가 문을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소음은 잠시 후 다시 이어졌다.

역시 원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박아무개(23)씨도 잠을 편히 잘 수가 없다. 새벽 3시 쯤만 되면 어딘가에서 문을 크게 여닫는 소리에 잠을 깨곤 한다. 창문 틈으로 담배 냄새가 흘러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같은 원룸 건물에 사는 누군가가 새벽에 담배를 피우러 원룸 주택 건물을 드나들면서 문을 세게 닫는 것으로 짐작이 되는 상황. 집주인에 연락을 보내고 싶지만 정확히 어느 집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지 몰라 망설이며 끙끙 앓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학가 자취촌의 대부분 건물은 다가구 주택(원룸), 다중주택(기숙사·고시원)으로 구분된다. 반면 아파트는 5층 이상의 공동주택으로 분류돼 아파트의 소음 피해 기준이 법으로 규정된다. 주택법 제 9조 제 1항에 해당 건설지점의 소음도가 65데시벨 미만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그것이다.

2007년 개정되어 꾸준히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건설 기준으로 적용돼 왔지만, 다가구 주택은 소음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최근 층간 소음 기준이 아파트와 동일하게 바뀌어 신축 건물들은 아파트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이 조항에서 제외되었다. 

법 규정 개정 전후로 건물 소음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건물 시공 업체에 따라서도 소음 문제가 갈릴 수 있다. 건축사 이아무개(49)씨에 따르면,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가 시공할 경우 건물 시공의 정밀도가 떨어져 내벽을 통한 소음의 전파 정도가 커질 수 있다.

느슨한 건축 규정과 이에 따른 건물 자체의 결함도 문제지만, 소음 민원 발생시 이를 해결할 기제가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대학가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46)씨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전 세대를 관할하는 관리사무소가 있어 입주민의 소음 피해나 각종 시설 문제 등의 민원을 즉각 해결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다세대 주택은 전체를 관리해주는 시설이 따로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집주인에게 연락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만일 늦은 시간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집주인에게 연락하기 난처해진다"고 설명했다. 

건축법 보완 등 건물 자체의 개선을 위한 제도적 여건은 나아지고 있지만 적지 않은 다가구 주택 거주자의 규모를 감안, 빈발하는 생활 소음문제에 피해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주현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탐사보도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15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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