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최저임금만 받고 고강도 노동, 정당한 투쟁”
춘천시 시내버스 업체 노동조합의 파업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노사의 작은 양보와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각 기관의 적극적 중재로 타결된 원주시와 정반대의 행보다.
지역 유일의 시내버스 업체인 대동·대한운수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운수종사자들은 임금 삭감 반대와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0일부터 7차례에 걸쳐 불시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에 참여한 인원들은 100여 명으로 전체 운전기사들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이에 사 측은 파업 참여자를 배제하는 부분 직장 폐쇄를 단행하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노사갈등이 최악의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춘천시는 관내의 모든 전세버스를 동원하고 택시 3부제를 해제하는 등 버스 대란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에 나섰다. 파업 날짜에 맞춰 전세버스 32대를 외곽 32개 노선에 투입했다. 도심 58개 노선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기사들이 맡아 운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고 없는 파업에 따른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없는 터라 시민들의 발이 묶이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중·고교들이 개학한 시점에 파업을 시작해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외버스가 아니면 별다른 운송수단이 없는 벽지의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인근 학교들의 가을 소풍과 수학여행도 어려워졌다. 대부분 전세버스가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됐기 때문이다.
기존의 버스 업계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대부분 운전기사들은 하루에 기본 근로 8시간과 연장근로 9시간 등 모두 17시간을 근무하고 이튿날 쉬는 격일제 근무 시스템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바뀐 근로기준법에 의해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에 따라 올 7월부터는 주당 68시간 이내, 내년 7월부터는 주당 52시간 이내의 근무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운전기사를 1일 2교대 전환하는 방식으로 근무 시스템이 변경된 것이다. 자연스레 줄어든 근로시간에 따라 운전기사들의 임금 역시 대폭 감소했다. 첫차와 막차의 시간 조정, 노선 단축과 폐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동·대한운수 관계자는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인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100% 관철시켜 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난색을 드러냈다. 이어 “회사가 지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어려운 상태라 재정적으로 그러한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도 운적수당과 CCTV수당까지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업에 참가한 민주노총 소속 운전기사 A씨는 사 측 관계자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A씨는 “동이 트는 새벽 5시에 기상해 일터로 나간다”며 “상여금을 포함한 4개 수당을 다 내주고 겨우 최저임금만 받으며 고강도의 노동을 한다”고 투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어 “추후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사 측의 불성실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또다시 투쟁을 재개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목표하고 있는 것은 임금인상을 포함한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민간사업장으로 운영되는 버스업체의 완전한 공영제다. 준공영제를 거친 단계적 공영제는 이재수 춘천시장의 지방선거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지난달 30일 “근로자들의 권리인 쟁의행위는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소속 기업에 대한 법정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은 시민들의 공감대나 지지를 받긴 어렵다”며 조속한 현업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현재 시는 운행 체계 개선을 통한 경영흑자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시내버스 문제 개선이 시민의 삶 속에서 체감될 때 완전공영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 동의를 얻는 단계적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시 교통과 관계자는 “일단 며칠간의 전세버스를 확보해 발등의 급한 불은 껐다”며 “시에서도 조속한 버스 대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업과 직장폐쇄의 장기화 가능성에 관해 묻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외지 전세버스도 알아보고 있다”며 “희망택시를 확대하고 각 기관들에 중재를 요청하는 등 추가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세버스 임차비용으로 하루 2700여 만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버스의 사고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전세버스 기사가 본업 이외의 갑작스러운 투입으로 피로가 누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가 서로의 강경한 입장만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시의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예고 없는 버스 대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송태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