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나] 신원호와 이우정, 그들의 휴머니즘텔링
[미디어와 나] 신원호와 이우정, 그들의 휴머니즘텔링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1.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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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나] 코너는 20-2 커뮤니케이션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이 코너는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매체/미디어/플랫폼/채널/콘텐츠에 대한 소개 및 설명을 담아 대상과 상황을 고려해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추천합니다. 편집자주>

새 음원을 냈을 때 성공이 보장된 가수를 대보라고 한다면 사람들은 금방 몇 명을 생각해낼 것이다. 하지만 새 드라마를 냈을 때 성공이 보장된 제작진의 이름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은 아무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은 드라마 그 자체나 출연 배우들을 기억하지, 스텝들까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다르다. 그들은 ‘성공한 드라마의 제작진’으로 그 이름을 대중화했다.

응답하라 1997. 출처=tvN 홈페이지 메인 캡쳐
응답하라 1997. 사진=tvN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쳐

신원호 PD는 그의 첫 드라마 작품이었던 <응답하라 1997>을 흥행시키며 tvN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까지 듣게 됐다. 연이어 제작된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은 각각 10.4%, 18.8%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역대 케이블 채널 최고 평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응답하라 시리즈의 완성작이자 마무리라고 일컫는 <응답하라 1988>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나는 <응답하라 1988>에 말 그대로 미쳐있었고 회차별로 10번 이상씩 정주행을 하며 대사를 달달 외울 정도로 드라마를 챙겨봤다. 비록 시청자들의 여론을 너무 신경 쓴 나머지 마무리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응답하라 1988>은 케이블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린 것은 사실이다. 나는 드라마가 종영한 이후 왜 사람들이 신원호의 드라마를 기대하고 챙겨보는지 궁금해졌고 그 이유로 제작인인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휴머니즘에 관해 깨닫게 됐다.

그들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자 성공 요인은 바로 휴머니즘이다. 어떤 특별하거나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불어 특정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시트콤 장르와는 구분되면서도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소소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신원호의 드라마는 특정 주인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주변의 모든 인물의 서사를 챙긴다. 신원호 PD의 강점이 바로 휴머니즘 요소를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 해낸다는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는 매 회차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에피소드 하나하나 각각 다른 형태의 휴머니즘이 나타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처=tvN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쳐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진=tvN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쳐

이와 같은 휴머니즘 요소는 그다음 작품인 ‘슬기로운’ 시리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또한 ‘살아가는 이야기’에 집중돼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기존의 정통 의학 드라마와는 차별화를 가지는데 병원 내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5명의 주인공 개개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신원호 PD는 위 드라마와 관련된 인터뷰에서 ‘으레 기대하시는 부분들이 저희는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기존의 흔한 의학 드라마가 아니라, 여태까지의 신원호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상처럼 남아 있는 드라마라는 말이 잘 들어맞듯이 시청자들에게 편안함과 공감을 주면서 마치 드라마가 나와 가까운 현실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최근의 드라마들은 대부분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를 통해 시청을 유도한다. 미디어의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TV 이용률이 떨어짐에 따라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눈살이 찌푸려질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작품들이 불편해졌거나 마음 편히 드라마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신원호와 이우정의 필모그래피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 그들은 평범한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의 에피소드 중 혜리가 생일날 서운함을 느끼고 이를 토로하자 성동일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거울을 보듯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느낀 부모 세대와 당연하다고 여겨 여태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모의 마음을 듣게 된 자식들은 깊게 공감하며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렇듯 우리의 하루와 유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 혹은 너무 당연해서 특별할 게 없었던 일들로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휴머니즘텔링은 비단 작품 내적인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들의 드라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배우 캐스팅이다. 이 제작진들은 연기자와 캐릭터를 일체화하여 캐스팅 섭외를 한다. 한 명의 배우를 내정해놓고 캐릭터를 짠 후, 그 배우와 실제로 친하거나 캐미가 잘 맞는 연기자 위주로 주인공들을 구성한다. 그러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도 서로가 더 자연스럽고 현실과 가까운 수준의 합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제작진들은 ‘새로운 얼굴’ 찾기를 정말 잘한다. 이들의 작품에 나오는 새로운 얼굴들은 대부분이 대학로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전미도, 전문성, 최성원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고 그 외에 많은 대학로 연기자들이 조연으로도 출연한다. 시청자들은 여태껏 브라운관에서는 보지 못했던 ‘신인’이라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낀다. 더불어 사실 이들은 이미 경력이 많이 있는 실력이 검증된 배우들이기 때문에 보장된 연기를 통한 만족감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뮤지컬, 연극을 좋아해서 이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뮤지컬 배우를 공연 무대가 아닌 TV라는 매체로 이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휴머니즘은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이다. 그들이 이전에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었던 점, 기존의 드라마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형태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작품이 도전적이면서도 시청자들의 니즈를 완벽히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2>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그에 대한 방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소현 대학생기자(광고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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