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 할 이름없는 의병들의 이야기
기억해야 할 이름없는 의병들의 이야기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11.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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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나] 굿바이 미스터 션샤인
미스터 션샤인 공식 홈페이지 캡쳐
미스터 션샤인 공식 홈페이지 캡쳐

<[미디어와 나] 코너는 20-2 커뮤니케이션개론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이 코너는 나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매체/미디어/플랫폼/채널/콘텐츠에 대한 소개 및 설명을 담아 대상과 상황을 고려해 미디어 영역의 무엇인가를 추천합니다. 편집자주>

SNS를 보다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이 짧게 나왔다. 구동매가 애신의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었다. 짧은 동영상이었지만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도대체 왜 머리를 잘랐을까? 라는 궁금증이 가시질 않아 넷플릭스를 통해 직접 찾아보고 보게 된 드라마였다.

사실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용전개가 매우 느려 회차를 거듭할수록 흥미가 떨어지고, 계속되는 주인공들의 험난한 여정은 나까지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용전개도 빠르고 짧고 굵게 끝나는 영화를 더 선호했다.

그러나 <미스터 션샤인>은 내가 가진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깨준 작품이다. 내용도 풍부했고, 길게 이어나가는 스토리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다. 또한, 한복이며, 소품, 배경까지 영상미가 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는 눈이 너무 즐거운 드라마였다.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워낙 유명하지만 나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보지 않았었다. 대사가 너무 오글거리기도 하고 작품들이 꽤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스터 션샤인>을 보고 왜 김은숙 작가가 유명할 수밖에 없는지, 매번 시청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만약 나와 같은 의견으로 이런 작품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이 드라마를 추천하고 싶다. 그 정도로 이 드라마는 호불호가 절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루한 전개도 없고, 배우들의 열연, 아름다운 대사들까지 버릴 장면과 회차가 단 한 개도 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한 번 접하면 당분간은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미스터 선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나아가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통쾌하고 묵직한 항일투쟁사를 보여준다. 장르는 멜로와 로맨스, 시대극이다.

드라마는 주인공인 이병헌이 조선인 최유진이 아닌 미국인 유진 초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어미도 아비도 노비여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비였으나 아홉 살 되던 해, 주인 나리 김판서가 유진의 부모를 때려죽인다. 유진은 그 순간부터 도망쳐 나와 달리고 또 달려 미국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우여곡절의 끝에 유진은 동양계 최초 미용사훈장을 수훈 받고 조선으로 발령받는다. 때는 세력을 팽창 중인 일본이 조선을 탐내 하던 때였고, 유진 초이가 된 최유진에게 조선은 야만의 나라일 뿐이었다. 다시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오겠노라 다짐하며 조선으로 오게 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운명을 흔들고, 제나라 조선을 구하려는 애신을 만나 자신의 운명도 바꾸게 된다.

다른 드라마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시대적 배경이다. 이 드라마는 1900년대 조선이 아직 일본에 넘어가기 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스터 션샤인>의 이응복 감독 또한 이 드라마와 다른 드라마의 차이로 대해 시대적 배경을 말한다. 조선이 일본으로 넘어가기 전, 끝까지 항거했던 사람들의 대한 기록이 별로 없고, 마지막에 독립운동의 시초가 되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라 가장 큰 차별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한 로맨스 멜로 장르이지만 마냥 로맨스에만 치우쳐져 있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의병들의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주는 모습 또한 다른 드라마와는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의병이라는 주제를 잘 담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애당초 이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의병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다. 주요 등장인물 중 상당수를 의병으로 설정하고 여주인공인 애신 또한 의병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그들'이라는 감독과 작가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의병이라는 주제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로맨스코미디답게 언어유희로 시청자의 웃음을 터뜨리는 재밌는 장면들이 많다. 시대가 갖는 무거움과 진중함은 드라마를 보는 데 있어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 그러나 간간이 있는 코믹한 장면들은 드라마에 대한 재미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리는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 하오. 불꽃으로.”

극 중 9화에서 사대부 여인들은 수나 놓으며 꽃으로 살지 않느냐는 유진의 물음에 애신이 한 대답이다. 이 시대는 여성들이 함부로 나서기 어려운 시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애신의 대답은 당차고 대담했다. 애신이 양복을 입고 조국을 위해 싸울 땐 사대부 가문도, 여인도 아닌 그저 의병이었다. 또한, 이 대사처럼 극중 인물들은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럴 때마다 애신의 대사가 생각나며 작가의 연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작가의 연출은 이처럼 대사 하나하나에도 앞을 보여주는 세심함이 녹아있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영화 ‘암살’이 떠올랐다. <미스터 션샤인>은 아직 조선이 일본에 넘어가기 전 조국을 빼앗기지 않고자 목숨을 바치는 의병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영화 암살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독립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극 중 애신의 모습은 영화 ‘암살’속 안옥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영화 ‘암살’은 독백을 이용해 대사하며 조용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 숨죽이고 보게 된다. 반대로 <미스터 션샤인>은 엄청난 대사의 양을 배우들이 소화해내며 조금 유치한 대사들로 긴장을 풀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너무 무거운 내용보다는 조금 재치 있는 장면들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찾는다면 <미스터 션샤인>을 추천하고 싶다.

내가 느낀 흥행 이유는 주제성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드라마가 방영된 뒤 의병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주요 시청 층인 20~40대의 역사의식을 고취시켰다는 점도 상징적이라 평가받는다.

또한, 시대극을 좋아하지 않아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화젯거리를 자아내며 지속해서 사랑받았고, 역사에 기반을 둔 시대극이라는 장점을 통해 많은 사람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색다른 재미와 역사에 대해 더 느낄 수 있는 이 드라마를 지금이라도 한번 확인해보면 어떨까? 넷플릭스 이용자라면 지금 바로 확인해보기 바란다.

김민아 대학생기자(언론방송융합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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