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우리는 트로이의 목마를 들이려 하는가
기자칼럼/우리는 트로이의 목마를 들이려 하는가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4.1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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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를 무시하고 목마를 들였던 트로이인

안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잊은 사람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전쟁 중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최초 보고된 코로나19는 국내에서 지난 1월 20일 첫 감염을 시작으로 지난 10일 누적 1만450명의 확진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많은 일을 겪었다. 감염 위험으로 소비는 둔화됐다. 마스크 사재기와 사기 등의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대구•경북 지역은 신천지로 인한 집단 감염을 앓았다. 무분별한 가짜뉴스는 추가적인 감염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의 희망적인 면을 보고 있다. 10일 기준으로 약 50만 명을 검사했다. 슈퍼전파자인 31번 확진자 이후로 집단 감염이 일어난 대구 지역으로 각계각층의 기부금과 기부 물품이 몰렸다. 부족한 의료 인력이 문제가 되자 의료 봉사를 결정한 의료인들이 대구로 향했다. 교육부는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정부가 제안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시민의식도 돋보였다. 그 결과 한때 세계 2위의 확진자 수를 기록했던 대한민국은 지난 6일 이후 하루 50명 내외의 확진자만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희망이 보인다. 하지만 벌써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다른 전쟁이 떠오른다.

트로이 전쟁이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그리스와 트로이는 약 10년 동안 처절한 전쟁을 벌였다. 주고받던 공방에 지쳐가기 시작하자, 그리스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트로이의 목마를 만든다. 그리스군은 목마 속에 정예 병력을 숨기고 거짓 철수를 하면서 트로이가 전쟁이 끝났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반면 트로이에는 ‘전쟁이 끝났고 그리스군이 신들에게 바친 목마를 가져오면 트로이가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소문이 떠돈다.

 

그리스군이 퍼뜨린 거짓 소문이었지만 오랜 전쟁에 지쳐 있던 트로이 사람들은 전쟁이 끝났다는 말에 목마를 성으로 들인 뒤 연회를 열었다. 그날 밤, 목마에 숨어 있던 그리스의 정예군은 트로이의 성문을 열었다. 거짓 철수했던 그리스군이 성으로 들어왔고 트로이는 전쟁에서 패배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트로이의 목마 일화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있다. 바로 목마의 위험성을 경고한 트로이의 예언자 라오콘과 카산드라다. 둘은 트로이의 목마가 파멸을 불러올 것을 알고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트로이 사람들은 전쟁의 끝이 보인다는 희망 앞에서 둘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트로이의 목마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실에 적용 가능한 신화다. 국내 코로나19 첫 감염 이후 석 달이 지났다. 이젠 국민, 의료진, 정부 모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석 달 동안 코로나에 잘 대응했다. 그 결과 일일 확진자는 감소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일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 게 아니라 종식됐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벚꽃 축제를 취소하고 공원의 주차장을 폐쇄했지만 여전히 꽃놀이를 하는 시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가 SK텔레콤 기지국 정보 통계를 이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월 4주차(23~29일) 국민 이동량은 신천지 집단감염이 일어난 2월 4주차(2월 24일~3월 1일)보다 16.1% 증가한 수준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됐지만 강남 일부 클럽 등은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한다는 말을 잊고 위험한 외출을 하고 싶다면, 트로이의 목마를 한 번 더 떠올려 보자. 전쟁이 끝났다는 생각에 경고를 무시하고 목마를 들였던 트로이인을 생각해 보자.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지현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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