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취향 아닌 인권으로서 존중받아야…
비건, 취향 아닌 인권으로서 존중받아야…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2.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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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대학식당 등 집단 급식 시설에 채식주의자들의 먹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는 ‘국군 장병의 채식권을 보장하라’는 진정서가 제출됐다. 이 진정서에는 지난 9월 논산 훈련소 식단 조사 결과를 토대로, 채식주의자는 “총 83끼 중 41끼는 맨쌀밥만 먹어야 했다”며 채식주의자의 먹을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또 한양대학교 학보에 보도된 2017년도 ‘대학교 채식 식단 비율’ 자료에 따르면 한국 대학 424곳 중 99.3%가 “없다”고 답했으며 0.7%만 “있다”고 답했다. 군대, 학식 등 공공 급식에서 ‘채식권’이 반영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건’이란 채식의 단계 중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단어로 동물에게서 나온 혹은 동물 실험을 거친 식품을 모두 먹지 않는 단계이다. 국제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전 세계의 채식 인구를 1억 8000여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 인구를 전체 인구의 2~3% 정도인 100~150만 명으로 추정한다. 그 중 완전 채식을 하는 비건 인구는 50만 명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적지 않은 비건 인구에도 불구하고, 비건에 대한 한국의 제도적 인프라와 사회적 시선에 관한 아쉬운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채식주의자-페미니스트 모임 ‘뿌리:침’ 소속 이혜수(21)씨는 “채식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어 곤란한 경우를 겪곤 한다”며, “채식주의자는 아직 한국에서 ‘별나게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 받고, 채식을 다이어트의 일종으로 생각해서 고기를 제 입에 가져다대며 ‘먹고 싶냐’며 놀리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곤 하는데 '님장육'(어쨌든 님 장례식에 육개장 나온다)이 가장 충격적인 조롱 댓글로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21)씨는 특히, 군대 채식권에 대해 “국가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필수인 군 복무 중 인간의 의식주에 관한 중대한 요구사항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국내 ‘비건 인프라’는 열악하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한국 비건 레스토랑은 전국에 고작 350~400개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채식주의가 하나의 사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베를린에는 채식 제품만으로 꾸려진 채식 슈퍼마켓 '비건즈(Veganz)'가 있어 45가지의 우유와 80가지의 비건 치즈 등이 판매된다. 미국의 구글은 직원식당 메뉴를 채식위주로 바꿨으며 미국 뉴욕 시 공립학교에서는 지난 9월부터 매주 월요일 급식에서 '고기 메뉴 없애기'를 실천 중에 있다.

비건을 바라보는 배려의 시선이 부족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혜수씨는 일상에서 "무인도에 떨어져도 채식을 할거야?","아무리 그래도 동물성 단백질이 낫지 않아?”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채식주의자가 단순히 “단체 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사이비와 같이 헛된 목표를 가진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여겨질 때의 불편함을 전했다.

제도적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비건(채식주의자)의 신념을 존중하고, 취향이 아닌 인권으로서 비건 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성원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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