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서 벗는 방송 보는 아이”
“밥상머리서 벗는 방송 보는 아이”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0.01.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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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플랫폼' 미성년자 노출 무방비

BJ·플랫폼 보다 강력한 제재 법안 시급

1인 방송 크리에이터들이 지상파 채널에도 출연할 만큼 개인 방송의 위세가 괄목성장했다. 초등학생 “장래희망”에서 유튜버 등 1인 크리에이터가 5위에 오를 정도로, 유년시절부터 개인 방송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청소년의 26.7%가 인터넷 1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성년자의 성인 플랫폼 노출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인 플랫폼에 대한 미비한 규제’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학부모 A씨는 “자신의 어린 아이가 밥상머리에서 벗는 방송(이하 벗방)을 버젓이 보고 있는걸 보니 눈이 뒤집힌다”며 성인 플랫폼에 대한 미비한 규제를 꼬집었다.

팝콘TV와 같은 성인 플랫폼들은 시청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들이 넘치는 상황이다. ‘벗방’, ‘흑방’(화면은 가리고 성행위와 비슷한 음성만 송출하는 방송) 등의 음란방송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음주운전을 방송하는 범법적인 콘텐츠도 나타났다. 문제는 미성년들이 이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정적인 콘텐츠가 가득한 성인 플랫폼의 방송
선정적인 콘텐츠가 가득한 성인 플랫폼의 방송

실제로 미성년자들은 제대로 된 성인인증 절차 없이 성인 방송에 진입해 음담패설로 가득한 채팅창에 참여한다. 플랫폼은 청소년보호정책이라는 팝업창으로 미성년자의 접근을 막는다고 하지만 아이디와 비밀번호 설정, 휴대폰 성인인증이면 끝나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로는 시청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

회원가입 절차가 간단한 성인 플랫폼
회원가입 절차가 간단한 성인 플랫폼

플랫폼과 BJ들의 제재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에도 ‘벗방’을 규제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등장했다. 현재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방송을 진행하는 BJ들만 처벌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게다가 BJ는 플랫폼 이용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 방송을 계속할 수 있다. 실제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방송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BJ는 다시 복귀해 방송을 진행 중이고, 음란물로 10번 이상의 제재를 받으며 방송 정지를 당했던 BJ 역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인터넷 방송 심의 건수는 2015년 257건에서 2018년 718건으로 3년간 180%가량 증가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제재는 매우 약한 편이다. 방심위는 음란방송 진행자 18명에 대해 신체노출 정도와 인터넷방송사업자로부터 이미 제재받음, 개선의지 등을 이유로 최소 7일부터 최대 한 달간 이용을 정지할 뿐이었다.

인터넷 문제 콘텐츠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가 취해지는 국가도 있다. 독일의 경우 2018년부터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법’을 시행하고 있다. 명백한 혐오 표현을 담은 게시물이나 영상 등을 24시간 안에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 인터넷 업체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51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법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터넷 개인 방송 사업자들은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 혐오성 표현물을 생산할 수 없는 방송법이 아닌 보다 자유로운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받고 있다. 갈수록 선정적이고 가학적인 콘텐츠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이에 준하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윤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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