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망치는 대리게임
게임산업 망치는 대리게임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2.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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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별 대책과 처벌법 강화해야

지난 2016년 5월 출시한 O게임을 최근까지 즐겨오던 장모씨는 O게임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같은 등급에서 게임을 시작하더라도 워낙 같은 팀원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유저들은 여러 의견을 제시했지만 장씨는 일정 보수를 받고 타인 계정으로 게임을 진행해 등급을 대신 올려주는 이른바 ‘대리게임’을 문제로 꼽았다.

장씨는 유료게임인 O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패키지를 구매했다. 제휴 PC방에서만 무료로 제공해주는 게임을 하는 데 PC방에 지불하는 돈보다 자신이 패키지를 구매해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싸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장씨는 결국 대리게임과의 긴 싸움 끝에 포기를 선언하고 현금 5만 원가량을 손절했다.

게임별 PC방 점유율 2위였던 O게임. 출처 : 유튜브 김사람
게임별 PC방 점유율 2위였던 O게임. 출처 : 유튜브 김사람

O게임은 기존에 있던 게임들과 유사하지만 새로웠던 방식으로 출시 당시부터 약 1년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PC방 점유율도 올라가고 유저 수도 급증했다. O게임은 일정기간을 한 개의 시즌으로 나눠 여러 등급을 만든 후, 등급별 차등보상을 지급해 유저들이 더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경쟁의식을 가지며 플레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등급 구간을 A, B, C로 나누면 원래는 C등급에 위치한 유저들이 A등급의 보상을 받기 위해 A등급에 자리 잡은 최상위 플레이어들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계정의 등급을 올려달라는 대리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몇몇 유저들로 시작해 이제는 소위 ‘대리업체’까지 만들어 더 신속하게 등급을 올려주고 있다. 이로 인해 C등급은 물론이고 부당하게 등급을 올려 B등급 유저들과 게임이 잡히면 그 등급에 있는 유저들은 B등급의 탈을 쓴 최상위 플레이어들에게 손도 못쓰고 농락당하며 패배한다. 대리게임을 진행하지 않은 유저들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며 속수무책으로 지는 것에 대해 체념하기도 하고 일부는 게임사 측에 항의를 했으나 O게임사는 확실한 물증을 잡을 수 없어 이를 방치했다.

2년 후 게임별 PC방 점유율이 1/4로 급락한 O게임. 출처 : 유튜브 김사람
2년 후 게임별 PC방 점유율이 1/4로 급락한 O게임. 출처 : 유튜브 김사람

결국 지속적인 대리게임으로 이 게임을 손절한 유저들과 때맞춰 신규 오픈한 유사한 장르의 게임에 의해 O게임은 PC방에서 점유율이 1/4로 줄게 됐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법 한데 게임사가 중고나라, 게임 커뮤니티 등 특정게임 대리업체가 버젓이 활개 치도록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리업체 카페, 중고거래 사이트 키워드 검색 시 나오는 대리업체
대리업체 카페, 중고거래 사이트 키워드 검색 시 나오는 대리업체
실제 대리게임 업체 가격표
실제 대리게임 업체 가격표

수요가 없는 공급은 없다.

대리업체 E팀의 K씨에 의하면 대리게임 수요자들은 게임에 관심이 매우 많은 사람과 게임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놀랍게도 많은 고객층이 후자라고 한다.

K씨는 단골 고객 C씨의 계정을 플레이 해주다가 게임 전적에 자신이 한 것 이외에는 딱히 C씨의 플레이 기록이 없자 의문이 들어 C씨에게 “잘 하지도 않는 게임을 왜 비싼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등급을 올리려 하느냐?”고 물었다. C씨는 “오히려 크게 관심이 없으니 대리를 받는 것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이나 지인끼리 게임을 하게 되면 얕보이고 싶지는 않고 특별한 보상을 받고 싶지만 승리가 확실하게 보장되지도 않은 게임에 내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대답했다.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 한림대 미디어랩 ‘The H’가 C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대리게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각인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나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 시간을 투자하기는 아깝고 일정금액만 지불하면 확실하고 신속하게 내 등급을 올려주는데 이보다 편할 수는 없다.

Q.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을 올리는 데 죄책감은 없는지?

A.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장르의 게임의 경우, 현금을 게임에 넣어 재화로 바꾸는 게임도 있고 게임 내 아이템이 현금으로 천만 원대까지 거래가 되는 걸 봤다. 이것도 그냥 등급을 달성해 보상을 현금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똑같다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대팀에 미안한 감정은 없는지?

A. 상대팀 6명에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우리팀 5명은 내 덕에 공짜로 이긴다. 그리고 가끔 다음 게임 진행 시 상대였던 유저가 우리팀에 게임이 잡혀 기뻐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딱히 미안하지는 않다. 나도 금액을 지불한 것이기 때문에.

Q. 대리게임처벌법이 개정됐는데 신고를 당하거나 처벌받을 걱정은 안되는지?

A. 신고는 자신이 대리게임을 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지 않으면 물증을 잡을 수 없다. IP주소가 다른 것 역시 내가 그 지역에 가서 접속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기 때문에 게임사도 그것에 대해서는 따질 수 없다. 또 법이 개정된 것도 알고 있지만 주변에서 걸린 사람 한 명도 못봤고 우릴 잡을 수 없는 걸 알고 있다.

사진 출처 :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실
사진 출처 :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실

제대로 된 법안 필요

지난 6월 25일 이동섭 국회의원이 발의한 대리게임처벌법은 시행된 지 약 반 년이 지났음에도 대리업체와 대리게임 수요자로부터 코웃음을 사고 있다.

A게임사 J씨는 “우선 대리게임을 보다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업체로 위장한 수사기관을 만든다거나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며 “모든 게임사가 그렇겠지만, 대리게임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아이템을 대신 개봉해주거나 등급 상승뿐만 아니라 레벨 자체를 올려주는 대리 육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게임사도 최대한 근절하려 나온 이야기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대가성이 있었다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과 유튜버나 방송BJ들의 흥미성 위주로 진행된 콘텐츠 등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BJ들의 이해관계와도 적절한 타협이 될 것”이라고 근절 대책을 말했다.

한국 게임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매출액 13조9000여억 원, 수출액 7조7000여억 원, 종사자 8만5000여 명으로 성장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콘텐츠 매출액의 11.7%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 (6조5000여억 원), 음악(5조6000여억 원) 산업을 합쳐도 게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토록 게임강국이라 칭송받는 우리나라에서 국내 유저들을 좀먹는 대리게임이 몰래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곳에서 활개를 쳐 유저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게임사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각 게임사별 대응책도 시급하지만 보다 강력하고 정확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익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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