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공청회 저지 ‘유감’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저지 ‘유감’
  • 주영기 기자
  • 승인 2015.05.1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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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학교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보수단체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학교인권조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대책위)’ 회원들이 “조례 제정 반대”를 외치며 무대와 좌석 등을 점거, 공청회를 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 단체의 집단행동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한국사회에서 정책 이견 대립이 하나의 정책 선택으로 귀결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자신들이 미리 정해둔 답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낙후한 시민의식의 성숙한 변신이 그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대책위는 “공청회를 열려면 개최 14일 전에 통지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을 무시하고 공고 후 7일 만에 개최해 도민의 알 권리를 무시했다”면서 공청회 저지에 대한 명분을 찾으려는 듯해 보인다.

공청회란 정부 기관에서 해당 이슈의 관련자에게 의견을 들어 보는 공개적인 모임이다.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 안건을 심의하기 전에, 학자ㆍ경험자 또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개회의로 이 자리에서는 참가한 일반 청중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능하다. 대책위의 공청회 저지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이 민주 대의 정치의 기본 절차도 의견이 다른 방향이 우세할 것이 예상되면 아예 차단해버려도 된다는 발상이다. 고지 기간이 1주일 짧았던 문제도 공청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제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해당 사안에 대해 극명한 대립 의견을 가진 그룹이라도 공청회 진행과정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의견을 듣고 또 개진함으로써, 참여 민주주의 사회의 절차적인 기본 전제에 복종하는 모습이 아쉬운 대목이다.

강원도교육청이 지난달 밝힌 ‘강원도 학생구성원의 인권에 관한 조례’(인권조례)는 학교 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학부모의 인권 실현을 통한 소통과 자율,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 형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 단체 등 보수단체들은 “동성애, 임신, 출산 등 학생들의 잘못된 성 가치관과 성 정체성을 조장할 우려를 담고 있다”며 공청회 자체를 실력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스승과 제자”, “가르침”과 같은 개념에 익숙한 전통 교육 문화의 입장에서 본다면 학생의 ‘인권’ 개념은 다소 낯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인권조례 저지 대책위의 주장은 하나의 문화적 갈등의 발산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문화적 충돌도 시민사회의 절차적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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