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건강 칼럼] 눈물의 카타르시스
[사회건강 칼럼] 눈물의 카타르시스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1.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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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수연(23·여)씨는 최근 취업 준비로 열심이지만, 스트레스가 쌓인 탓에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김씨의 눈물을 본 주변 사람들은 위로는 못 해줄망정 오히려 “뭘 그런 거 가지고 우냐”는 식으로 대응, 눈물이 나는 중에도 김씨는 기분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 사회에는 눈물을 흘리면 “나약하다”거나 “상황을 조작하려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따르기도 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면 일종의 ‘감성팔이’라는 시니컬한 시선을 불러오기도 하는 것이다.

사진 설명: 지난 7일 한림대 미디어랩 The H가 SNS에서 언급된 ‘눈물’ 키워드를 텍스트마이닝한 결과.
사진 설명: 지난 7일 한림대 미디어랩 The H가 SNS에서 언급된 ‘눈물’ 키워드를 텍스트마이닝한 결과.

이런 일반인들의 눈물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한림대 미디어랩 <The H>는 SNS에서 ‘눈물’이 언급된 메시지를 텍스트마이닝 해보았다. 눈물과 함께 등장하는 말들은 ‘좋다’, ‘감동’, ‘진심’,‘행복’,‘화나다’ 등의 단어가 눈에 띈다. 크기가 큰 단어일수록 더 자주 눈물과 함께 등장했다는 의미이다. 좋아서, 행복하고, 감동해서 우는 일이 많은 한편, 화나고 억울한 상황에서의 울음도 많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눈물에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있어 울기 시작하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다. 또 눈의 점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하고 라이소자임 D로 불리는 체액이 박테리아를 죽인다. 건강을 유지하고 신체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눈물의 순기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눈물은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동정, 연민, 사랑 등을 나타내거나 자극하는 친화적 반응 때문에 타인과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높인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에서는 건강한 사람과 위궤양이 있는 남녀 137명을 나눠 조사한 결과 위궤양 환자보다 건강한 그룹이 우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며 슬퍼도 울음을 참는 사람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위궤양에 걸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맥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우는 사람보다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 우는 사람의 심장마비 발병률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울음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할 때 눈물은 유일한 의사 표현 수단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아이가 병원에 갔을 때 우는 것은 병원에 대한 공포를 울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울음을 그치게 하거나 참게 하면 회복도 늦고 병원에 대한 공포감도 지속돼 걱정거리가 있을 때 땀이나 침을 과도하게 흘리는 등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눈물은 ‘기본 눈물’, ‘반사 눈물’, ‘감정 눈물’의 3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역할은 모두 다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기본 눈물은 우리가 흔히 흘리는 눈물로 각막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윤활제 역할을 하고 눈을 깨끗이 유지해주는 것이다. 반사 눈물은 눈에 이물질 등이 들어갔을 때 이물질 제거를 위해 덧눈물샘에서 평소보다 많은 눈물이 나와 항균 작용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감정 눈물은 다른 눈물과 생성과정이 다르고 눈물 성분에 항균물질이 적고 수분과 소금이 많다. 만약 눈물 때문에 눈이 충혈되거나 붓는다면 염분이 많은 감정 눈물 때문이다.

우리는 슬플 때, 기쁠 때, 화가 날 때 많은 감정 눈물을 흘린다. 마치 눈물은 감정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눈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이 거울을 억지로 외면하고 살려는 것과 같다. 아리스트텔레스에게 눈물은 카타르시스의 표현이었고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몽테뉴에겐 “일종의 쾌락”이기도 했다. 눈물의 카타르시스가 원활하게 작동해야 우리 사회도 건강해지지 않을까.

박현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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