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화장실 비데 필터 3년간 그대로
부대 화장실 비데 필터 3년간 그대로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1.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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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위생·건강, 아직 ‘요원’…“메르스 사태 땐 야외훈련 후 손 안 씻고 식사”

과거와 비교했을 때, 군대 내의 위생 상태는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과연 그럴까. 현재 지방의 모 부대에서 근무 중인 어느 육군 간부가 “‘근본적인’ 위생 상태의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전하는 부대 상황은 군 위생상태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무색하게 한다.

“손 씻기가 기본인데, 손 씻기가 힘들어…”

이 간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메르스가 한창 유행했을 당시, 군 내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훈련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야외에서 계속 훈련을 했고, 장병들은 온몸이 흙먼지로 뒤덮인 와중에도, 샤워는커녕 손도 씻지 못한 채 식사를 했다. “전염병이 퍼질 때는 손 씻기가 기본인데, 손 씻기가 쉽지 않다. 생활관 내부는 깨끗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위생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이 간부의 전언이다.

또, 올해 초, 전국을 강타했던 미세먼지도 부대에서는 골치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미세먼지 마스크를 보급”하지만 “공기청정기 돌리는 시간은 아주 잠깐이고, 보급받는 미세먼지 마스크는 품질이 별로 좋지 않은 데다 여러 번 재사용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무엇보다 야외 훈련을 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밖에, 이 간부가 근무하는 부대는 생활관 화장실에 비대를 설치했지만 3년 동안 필터를 한 번도 갈지 않았다.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해결방안은 없을까요?”

“이런 문제는 군인권센터 등에 민원을 제기해 풀 수 있지 않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문의는 받겠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로 관련 부서에 연락해 보라며 '떠넘기기'에 급급할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물론 군 외부에도 민간 군인권센터가 존재하나, 군 내부의 인권센터와 마찬가지로 ‘인권 침해’를 받은 군인들에 치중하다보니 위생 문제는 관심 밖이다. 기자가 연락을 취한 한 단체는 “위생 문제는 각 부대별로 지침 사항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개선을 원하는 부분은 부대에 직접 민원을 넣는 방법이 빠를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군 위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하지만 각급 부대 재정 운영의 투명성도 요시찰 대목이다. “위생 개념, 인권, 재정 문제가 서로 조금씩 얽혀 있다. 특히, 재정과 관련, 상관들의 비리가 잦은데 사병에게 온전히 예산을 사용한다면 문제는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이 중간 간부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주강희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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