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뉴스는 '소통'과 '공감'이 중요”
“내일의 뉴스는 '소통'과 '공감'이 중요”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1.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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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널리즘토크쇼에서 기자들 한목소리

[집중탐방-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크콘서트 '내일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가 진행 중이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크콘서트 '내일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가 진행 중이다.

지난 25일 열린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는 인기 작가와 현직 기자들이 대한민국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콘서트가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의 높은 관심 속에 열려 흥미를 더했다.

신지혜 KBS기자의 사회로, <내일의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토크콘서트는 레거시 미디어 경력을 바탕으로 트렌드에 맞는 저널리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자들과 작가가 참여했다. <남기자의 체험저널리즘>을 연재하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젊은층을 겨냥한 <14F>을 제작하고 있는 손재일 MBC 디지털제작2부 팀장, 팟캐스트 <듣똑라(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진행자 이지상 중앙일보 기자, <90년대생이 온다>로 유명한 임홍택 작가가 그들이다.

지난 25일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열린 한국 프레스센터 모습.

토크쇼의 시작 부분에는 각 출연진이 돌아가며 자신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순서가 마련돼, 청중으로 하여금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현직 언론·방송인의 면모를 느끼게 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는 <남기자의 체헐리즘(체험+저널리즘)>을 연재 중이다. 정치, 경제 등 거창한 기사가 아니다. <‘브래지어’, 남자가 입어봤다>, <‘스마트폰’없이 여행을 떠났다>, <‘악플’ 100개 읽어보니...마음이 무너졌다>등 일상에서 직접 경험을 하고 쓴 후기형 기사다. 혼자 기획부터 발제, 취재, 기사 작성, 편집까지 도맡아 지금까지 1년 6개월 동안 44건을 썼다. 처음엔 회사의 지원 없이 취재비도 사비로 충당했지만 어느새 인기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이런 아이템이 기사가 될까” 의문도 들었고 “조회 수 올리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구나”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도 했지만” 독자들은 응원부터 체험 아이디어 제안, 기사에 대한 피드백 등으로 적극적인 호응을 해오고 있다. “체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줘서 아이디어가 고갈될 일이 없다”는 남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댓글도 달아가며 독자들과 활발한 ‘대화’를 하고 있다.

<손재일 MBC 유튜브 채널 ‘14F’>

MBC 디지털제작2부 손재일 팀장은 “젊은층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의 콘텐츠로 옮겨가며 TV 시청률은 떨어지고 광고 시장도 모바일로 이동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TV를 떠난 20대 공략을 위해” ‘14F’를 기획했다. 14F의 의미는 “처음에는 14가지의 콘텐츠를 다룬다는 의미가 담겼지만 14층에서 만들어진다는 단순한 의미로 해석해달라”고 한다.

손팀장은 “유투브 플랫폼의 장점과 구독자들의 피드백을 적용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독자 댓글을 반영해 콘텐츠를 구성하는 경우 많다. 신기하게도 그것이 진행 중인 취재방향과 비슷하다”며 시청자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 제작환경을 설명했다. “이젠 뉴스 제작 과정에서 시청자 피드백이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14F의 인기 콘텐츠는 자산관리사 유수진의 ‘아이 돈 케어’다. ‘나는 돈을 중시한다’는 의미의 ‘아이 돈 케어’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인데, 14F는 이밖에도 ‘이슈픽’, ‘법’, ‘정신’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이지상 팟캐스트 ‘듣똑라’>

‘듣똑라’는 취재한 모든 것을 기사로 담을 수 없는 기자들의 아쉬움에 탄생했다. 정치부 출입중인 중앙일보 이지상 기자는 “10가지를 취재하면 많아야 5가지가 기사에 담긴다. 취재 현장의 모든 것을 알릴 수 없어 기사에 쓰지 못한 맥락을 알리기 위해 주말에 기자들이 따로 모여 팟캐스트로 녹음을 해 만든 콘텐츠가 듣똑라였다”고 탄생 비화를 전했다.

‘돋똑라’의 주 타겟은 밀레니얼 세대다. 모든 연령이 다 이해하는 뉴스를 만드는 옛 언론의 틀에서 벗어나 젊은층을 타겟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기자는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은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바쁘다. 마침 언론인인 우리는 그들의 상황에 맞춰 뉴스를 엄선해 전달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원활히 소통하고 공감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듣똑라의 처음은 기자들의 가욋일이었지만 지난 1월 정식 서비스가 됐다. “솔직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취재원과는 가깝지만 독자와는 멀다고 느낀 적이 많다”는 이기자는 “팟캐스트를 통해 구독자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다 보니 독자와 가까워지고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들어주시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 기사를 쓸 때와 무게감도 다르다. 훨씬 아프고 무겁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홍택,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임홍택 작가는 자신의 글솜씨를 뽐내기보다 다른 세대와 소통하려고 노려가는 작가다. 이날 임작가는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잘 적응한다. 그러다 보니 그런 특성에 맞춘 콘텐츠가 트렌드를 타는 것은 당연하다”며 “점점 소통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아직까지 일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언론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정치 등의 내용을 보며 흥미와 미래를 품는가? 언론이 젊은이들의 희망을 더 뺐진 않을까?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임작가는 “언론사의 관심 대상이 바뀔 필요가 있다. 이제는 뉴스를 읽어야 빠삭해지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청객이 패널에게 질문하는 모습.
방청객이 패널에게 질문하는 모습.

뉴저널리즘의 지향성, “상처 안 주도록”

새로운 저널리즘을 시도하는 이들은 어떤 콘텐츠를 지향하는 것일까.

<듣똑라>의 이기자는 청자가 불편해하지 않는 콘텐츠 제작을 지향하고 있다. “기존 언론과 달리 방송을 듣고 인권 감수성, 젠더 감수성 등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없게끔 하는 것이 목표”란다. “청자와 소통하며 뉴스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맥락있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또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 효능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너무 어려서부터 지속된 자기개발로 아픔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상처주지 않고 희망적인 소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기자는 “밀레니얼 세대 청자들은 제작자의 태도를 확인하고 어떤 진정성으로 콘텐츠, 뉴스를 만들고 전달하는지를 많이 본다”며 “특히 팟캐스트는 목소리에 감정을 숨기기 어려워 더 태도에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는 정보전달 보다 독자의 마음을 느끼는 것을 지향한다. “공감을 기사로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신세대 언론인은 직접 경험하면서 디테일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14F>손재일 팀장은 “조회 수를 위해 ‘썸네일 세게 써볼까’ 솔직히 유혹에 흔들린다. 하지만 기성언론처럼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지 않게 느리더라도 착하게 제목을 달아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들 기자들의 새로운 시도는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들이기 때문에 1인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는 강점이 있다. 이에 대해, <14F> 손재일 팀장은 “MBC 뉴스나 드라마 모두 워크 플로어가 정해져 있다. 협업해 제작하다 보니 1인미디어 결과물보다 고퀄리티”라고 말했다.

또, 독점 영상이 많아 TV에 방영되지 않은 이면의 것들을 온라인에서 스페셜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다. 이에 반해, 유투버나 팟캐스트 등은 새로운 것에만 도전하고 있어 80, 90년대 영상이나 생소한 장면들은 다루기 힘들다.

한편, 이날 토크쇼는 주최측에서 세션 시간을 연장할 정도로 방청객 질문이 많았다. 특히, 언론·방송계 진출을 꿈꾸는 커뮤니케이션 전공 대학생들의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다. 김모(이화여대 언론정보 전공)씨는 패널들에게 “뉴미디어 시대에서 기성언론의 역할과 필요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14F> 손팀장은 “온라인에서 제작하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에서의 경험을 변형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만 온라인으로 넘어갔을 뿐”이라며 “내용은 뉴스인데 장르는 예능 등으로 바꿔 전달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듣똑라> 이기자는 “팟캐스트도 현장감 있는 뉴스를 전달할 줄 아는 현직 기자들의 게스트 역할이 중요하다. 기존 뉴스의 영역은 살아있으면서 서비스를 새로 만든다는 개념”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방청객은 “뉴미디어 시대에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체헐리즘>의 남기자는 “언론은 독자들이 뭘 원하고 어떤 뉴스를 보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물결에 적응하려는 실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는 구독률 하락과 뉴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걱정하기에 앞서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여러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즈음 이런 기자 많지 않은데…’라는 댓글이 달리는 기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시간반여 동안 이어진 이날 토크쇼는 “내일의 뉴스”가 독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중요한 요소로 제작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황선우·조유정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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