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그 사회적 영향력도 추적할 필요”
“탐사보도, 그 사회적 영향력도 추적할 필요”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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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탐사보도센터 관계자들, 영향력 측정 도구 제시 ‘눈길’

[집중탐방-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
지난 25일 ‘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미국 탐사보도센터의 애니 샤벨(사진 왼쪽)과 해나 영이 탐사보도 영향력 측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25일 ‘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미국 탐사보도센터의 애니 샤벨(사진 왼쪽)과 해나 영이 탐사보도 영향력 측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언론에서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는 기자가 탐정, 경찰의 역할까지 하며 숨어 있는 지배체제의 구조적 문제들을 드러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까지 깊이 있는 논의를 담아내는 저널리즘 장르이다. 지난 2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최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는 자칭 미국 최고(最古) 탐사보도 전문 단체인 미국 탐사보도센터(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 CIR) 관계자들이 탐사보도 영향력 측정 방식을 소개, 눈길을 끌었다.

CIR의 최고운영책임자 애니 샤벨과 해나 영 독자 책임자는 이날 발표에서 “탐사보도는 보도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사회적 영향과 변화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며 탐사보도 영향력 측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지난 1977년 설립된 CIR은 “탐사보도를 통해 공중의 참여와 권한을 강화(empowering)함으로써, 시민사회의 행동을 유도하고, 개인 삶을 증진시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샤벨에 따르면, 이런 목적이 실제로 달성되는지 확인하려면 탐사보도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봐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형화된 조사 도구가 있어야 한다.

이들이 이날 소개한 탐사보도 영향력 측정 도구는 미시적(micro), 거시적(macro) 영향력, 그리고 중간 수준(meso)의 변화를 측정하는 툴로 구성된다. 개인의 지식 또는 신념, 행동의 변화를 포함하는 미시적 도구에는 ‘개인의 태도 변화’,‘취재원에 대한 혜택 발생’, ‘인식의 강화’, ‘개인 행동 개시’, ‘사회적 여론지도층의 기사 공유’ 등이 있다. 이 항목에 대한 사실 여부를 따져 1, 0으로 점수화해 합산하면 그 영향력을 수량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역사회의 여론 변화 등을 의미하는 메조 수준의 영향력 측정은 보도로 인해 ‘소송 제기’, ‘네트워크 형성’, ‘지역사회 단체의 보도 내용 활용’, ‘지방 공무원의 해당 보도 활용, 언급’ 등의 여부가 측정 수단이 될 수 있다. 제도 변화나 담당 공무원의 해고 등에 해당하는 거시적 영향력은 ‘정부 조사 착수’,‘청문회’,‘법안 발의, 통과’, ‘정책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날 먼저 발표에 나선 애니 샤벨은 “보도를 기획하기 전에 ‘이것이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취재 과정을 설명하며 데이터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탐사보도의 객관성과 시간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뉴스룸들은 측정 결과와 데이터를 공개, 공유하는 것이 좋다”는 등 탐사보도의 일반적 요령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CIR의 실제 탐사보도 사례 소개에 나선 해나 영은 미시시피 지역 조사에서 흑인들이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해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백인에 비해 3.1배가 많다는 사실들을 밝혀낸 취재 경험을 소개했다. 인종을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는 것을 금하는 것을 ‘연방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에 위반하는 이런 은행 관행들을 보도함으로써 후속 법안이 의회에 발의되는 등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해나 영은 “거시적 변화가 제일 우선인 영향일 필요는 없다. 독자들의 후원을 이끌어낼 정도의 영향력도 중요하다”며 탐사보도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재윤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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