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남기자가 아니라 좋은 기자, 나쁜기자가 있을 뿐“
”여기자, 남기자가 아니라 좋은 기자, 나쁜기자가 있을 뿐“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0.3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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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여성언론인협 라보르드 회장 “프랑스도 언론계 여성 차별 만연"

[집중탐방-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

“프랑스가 양성평등 인식에 선진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희도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2019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 참석한 프랑수아즈 라보르드 프랑스 여성언론인협회(PFDM) 설립자 겸 회장이 한 말이다.

“교육, 아이, 패션, 라이프 스타일 분야가 아닌 경제나 사회 이슈를 다루는 여성 기자들이 적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는 라보르드 회장은 “방송업계 여성들이 서로 논의하고 지지하며, 도와주고 젊은 여성들을 격려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고 PFDM을 설립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자신이 경제 문제를 방송에서 본격 얘기한 첫 여성 앵커였다고 말한 라보르드 회장은 “앵커를 맡아 방송을 진행할 때 남성 출연자보다 말이 많다고 윗선에 지적을 수없이 받았다"며 "당시 프랑스 여성들은 남성 출연자가 발언할 때 주로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웃는 역할을 했다”며 언론의 자유앞에 평등하지 못했던 경험들을 떠올렸다.

이어서 그는 “과거 한 시사주간지에서 처음으로 여성 기자들이 취업을 했다. 이것이 프랑스 사회에서 여성들이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프랑스 남자 정치인들에게 여성적인 매력으로 취재를 한다는 비난도 있었다”고 말했다.

라보르드 회장은 여성언론인협회의 상을 탄 한 여성 기자 사례를 들려줬다. “시리아를 취재해 전쟁에서 여성들이 ‘강간’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하자 위에서 처음엔 별로 탐탁치 않아 했다. 그런데 리비아에서 남성이 강간 당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그때부터 그것이 중요한 아이템이 됐다”는 것이다. 기사 가치도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라보르드 회장은 이런 남성중심 사회에 대해 ‘유리 천장’이 아닌 ‘대나무 천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에 따르면, “종군기자에 여성들이 늘어나는 변화가 생겨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남성들이 종군기자의 자리를 양보한 건 종군기자가 예전만큼 명예롭지도, 돈이 되지도 않는 업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남기자들은 그 사이 경영 쪽 주요 자리로 옮겨갔다. 겨우 올라섰다고 생각하면 또 내려와 드리우는 대나무 가지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그녀에 따르면, 미디어 콘텐츠 안에서도 “여성에 대한 성차별, 폭력”은 심각하다. “여성은 패션이나 의약품, 남성은 자동차 보험, 테크놀로지 등의 모델”로 나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여러 전문적인 부분에서 남성들의 비율이 높은 반면, 여성은 감정을 표현하고 섹슈얼한 표정을 취하거나, 청소를 하고 몸매를 드러내는 행동을 취하면서 표현을 많이 한다. “과도하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미디어”의 모습인 것이다. 특히 광고에서 보이는 성적 고정관념은 60년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라보르드 회장은 “여성언론인들의 취재에 대해 ‘능력’보다 ‘여성’이란 점과 결부시켜 보려는 편견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며 “그러나 여자 기자, 남자 기자가 있는 게 아니라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와 나쁜 기사를 쓰는 기자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1979년부터 30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공영방송 채널에서 단독 앵커를 맡았던 라보르드 회장은 프랑스 시청각 최고위원회 위원, 고등평등위원회 회원 등도 역임했다.

용지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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