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에 맞서 기자들 ‘기본’으로 돌아가야”
“디지털 혁명에 맞서 기자들 ‘기본’으로 돌아가야”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0.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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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로 ‘전문성’ 강화…밀레니얼 세대 ‘니즈’ 파악도 중요

24일, 미국 프랑스 등 언론 전문가들 발표 잇달아
[집중탐방-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
[집중탐방-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

“우리는 가짜뉴스 바다에 살고 있다. 과연 현재 우리는 언론의 참 의미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피에르 아스키 ‘국경없는기자회’ 회장이 지난 24일 ‘2019 KFP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 중 한 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틀간 열린 이번 행사는 저널리즘의 질 하락에 대한 전세계 언론 전문가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다루고 있어 저널리즘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한림미디어랩 The H>가 주요 발표 내용을 다루기로 한다. <편집자주>

24, 25일 한국을 비롯,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의 기자, 학자 등 언론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독자’, ‘기술’, ‘전략’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날 행사 ‘독자’ 세션에서는 언론의 상실된 신뢰 회복과, 밀레니얼 독자 확보 방안에 대한 모색이 주로 논의됐다.

첫날 기조 연설에 나선 아스키 회장에 따르면, 지난 10~15년간 전 세계 언론은 “커다란 난관들”을 경험중이다. 정치적 적대감이 확산되고 언론이 어느 한편에 치우쳐 편향된 시각을 보이는 것도 언론에 대한 불신을 낳는 요인이지만 그보다 더큰 문제는 유행병처럼 번지는 가짜뉴스에서 비롯된다.

“기술변화, 소셜미디어의 부상에 따라 소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동시에 가짜뉴스들이 팽배, 언론의 역할과 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아스키 회장이 예로 든 것은 페이스북 가짜 뉴스 사례다. 이 SNS에서 “스웨덴이 유로존을 탈퇴한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됐지만 스웨덴은 애시당초 유럽 단일통화 유로를 쓰는 나라인 ‘유로존’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아스키 회장은 “이런 가짜뉴스를 통해 많은 수입을 올린 것은 페이스북”이라며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을 꼬집었다.

아스키 회장에 따르면 현재 언론은 “디지털 혁명에 끌려다니고 있는” 신세다. SNS, 유튜브 등 뉴미디어들이 초기에는 오락과 단순 정보 전달의 기능을 했지만 어느새 언론의 역할까지도 잠식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언론은 점점 속도 경쟁에만 치우치게 되고 이에 따라,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내용도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스키 회장은 “이런 무책임한 언론의 자세가 지속될 경우 시민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을 것이며 개인들의 의사결정에도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키 회장은 “저널리스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며 “다시 인정받기 위해 심도 있는 탐사보도를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뉴스 생산과정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끝없는 자기반성 속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기르고 언론이 선두에 서서 사실 기반의 사회를 재정립해가야 하는 것이다.

한편, 24일 첫 세션에서는 언론의 역할과 신뢰 회복 강조에 이어 ‘밀레니얼 세대 독자 확보 전략’에 관한 강연도 눈길을 끌었다. 스테파니 에저리 미 노스웨스턴대학 교수는 “뉴스가 그 어느 떄 보다 훨씬 더 풍부해지고 접근성이 원활한데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뉴스를 덜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스테파니 교수는 “현재 젊은 층은 미디어 선택권이 많아진 환경에만 익숙하고 또 스스로 원치 않았지만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성년이 됐기에 미디어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뉴스 조직은 이들에게 “더 호소력 있게 다가가기 위해” 조사나 연구를 통해 이들의 니즈를 확실히 파악하고,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뉴스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스테파니 교수는 또, “더 이상 텍스트만으로 채워진 뉴스는 무리”라며 “영상이나 사진과 같은 시각적인 전략으로 밀레니얼들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뉴스 조직은 단기적으로 밀레니얼 그룹을 겨냥한 혁신 설계만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차세대 뉴스 소비자 확보의 중요성도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션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시사 뉴스레터로 잘 알려진 ‘뉴닉’의 김소연 대표도 발표에 나섰다. 김대표는 “청년들이 뉴스를 읽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한국 밀레니얼 세대가 느끼는 뉴스 소비의 어려움을 “시간은 부족하지만 넘쳐나는 뉴스 속에서 혼란을 겪는 것”, “뉴스 기사 특유의 어투나 문법이 딱딱하게 느껴지고 이전의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뉴스를 소비하는 디지털 환경이 광고와 기성세대의 공격적인 댓글로 잠식되어 다가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표는 밀레니얼 독자 확보를 위해서는 “공급자의 관점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들을 잘 이해해 그에 맞는 전략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웅·허찬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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