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패션 디자인권 행사 보장돼야”
“신속한 패션 디자인권 행사 보장돼야”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0.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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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류 브랜드, SNS서 디자인 표절제품 ‘버젓이’ 판매

“디자인 인정 최대 1년 소요, 관련법 정비 절실”

최근 대학생 박모(24)씨는 SNS에서 인기 있는 의류 쇼핑몰에서 티셔츠를 구입했다. 박씨는 티셔츠가 예뻐서 샀지만 바로 다음날 입고 나갔다가 친구들의 비웃음을 샀다. 새로 산 옷이 알고 보니 명품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이던 것. 쇼핑몰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한 번 사용한 제품은 환불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박씨는 “일반인들을 속여 판매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사진=의류 업체 임블리는 제품을 “자체 제작”이라 홍보했지만 명품 제품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의류 업체 임블리는 제품을 “자체 제작”이라 홍보했지만 명품 제품의 디자인을 모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에는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 해외진출에 성공하며 연 매출 1천700억원대에 이르는 ‘대박 신화’를 이뤄낸 의류 업체 ‘임블리’가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샀다. 임블리는 제품을 “자체 제작”으로 홍보해 판매했지만, 실상은 구찌(Gucci)·샤넬(Chanel)·미우미우(MiuMiu) 등과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임블리의 임지현 상무는 “다른 데서도 많이들 그러니까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말해, 우리나라 패션계의 부끄러운 ‘베끼기’ 현실의 민낯을 드러냈다.

[사진=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디자인을 표절한 국내 스파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게시한 글. 자신이 산 것이 표절 제품임을 알고 억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디자인을 표절한 국내 스파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게시한 글. 자신이 산 것이 표절 제품임을 알고 억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디자이너 브랜드 Our legacy와 국내 도매스틱 브랜드 B 제품 비교. 얼핏 보면 바지 옆선에 그려져 있는 무늬가 똑같을 정도다]
[사진=디자이너 브랜드 Our legacy와 국내 도매스틱 브랜드 B 제품 비교. 얼핏 보면 바지 옆선에 그려져 있는 무늬가 똑같을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스파(SPA) 브랜드 A는 제품마다 무분별한 디자인 표절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스파 브랜드란 패션 제품의 기획, 생산, 유통의 전 과정을 직접 맡아 관리하는 패션업체. 유통 마진을 빼 저렴하지만 소비자의 욕구와 트렌드를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는 브랜드이다. A브랜드는 최신 유행 제품들의 트렌드를 재해석, 제품을 생산하는 스파 브랜드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다른 브랜드의 디자인을 따와서 글자만 바꾸는 식의 제품을 판매, 빈축을 샀다.

국내 패션계에 만연한 디자인 표절은 최대 1년까지 걸리는 ‘디자인보호법’의 등록 절차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디자인 등록은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하거나 디자인권을 출원해야 하는데, 이는 최대 1년이 걸린다.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가 급변하는 패션계에서 긴 시간이 소요되는 건 무의미하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등록 절차가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자신이 만들어낸 디자인을 방치한다면 우리나라 패션계는 창의적인 제품에 대한 동기부여는 실종된 채, 표절 디자인 제품들로 넘쳐날 위험이 있다.

한국패션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법상 패션 분야 디자인 등록 절차가 까다롭고 사전적 조치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디자인 등록 제도가 반드시 개선”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빠르게 변하는 패션업계의 특성을 감안한 보완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시행중인 ‘디자인무심사등록제도’는 디자인 전담 심사관을 두어 디자인 등록 기간을 출원일부터 1~3개월 이내에 등록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기존에 등록된 디자인과 비교해 유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방식 심사 및 공업상 이용 가능성만을 심사해 디자인 등록을 받기 때문에 법정 분쟁이 생길 수 있고, 디자인의 등록 대상이 2명 이상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미국·유럽 등 패션 산업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유행의 흐름이 빠른 패션 품목의 특성을 살려, 무심사 혹은 2일 내 심사 등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빠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신축성 있는 법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K) 관계자는 “최근 국내 브랜드들은 디자인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악용, 디자인을 표절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국내 패션계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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