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대학가, 발정 난 길고양이들 소음 ‘골머리’
춘천 대학가, 발정 난 길고양이들 소음 ‘골머리’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10.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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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소리 섬뜩”…관련법상 관리대상 제외, 시민 직접 포획해야

강원도 춘천 대학가에서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유기견과 달리 이들 유기묘는 당국의 관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춘천시 공개민원 게시판에 ‘길고양이 중성화’란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길고양이들이 새벽만 되면 발정이 나서 우는 탓에 잠을 이룰 수 없으니 시에서 포획 후 중성화 수술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실제로, 한림대학교 인근인 춘천 후평동에 사는 이모씨는 “고양이들이 낮이고 밤이고 수시로 운다. 듣기에 좋지도 않고 가끔씩 섬뜩하기도 하다”며 길고양이들로 인한 소음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대학가에 이처럼 유난히 길고양이가 몰리게 된 이유는 “대학생들이 주는 음식 때문에 하나, 둘씩 모인 길고양이들이 군집을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춘천시는 이에 대해 “농림식품부 고지 제 2016-17호에 의거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행정절차상 민원인이 포획틀 대여 및 포획 후 신고해 주시면 시에서 관내 동물병원을 통해 수술 및 회복기간(1~3일)을 거쳐 포획장소에 다시 방사하는 단계로 진행한다”며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원하실 경우 우선 포획틀 대여 가능여부를 시 동물보호센터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포획틀을 빌려가 직접 포획하라는 답변을 들은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시의 답변을 본 한 춘천 시민은 “여건도 안 되고 시간도 부족해서 시에 해결책을 요구한 것인데 시의 답변은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며 “시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의 한 관계자는 “유기되는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 대상에 빠져 있다”며 “시에서 인력을 배치해 길고양이를 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이란 도심지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로서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해 포획장소에 방사하는 등의 조치의 대상이되는 고양이를 말한다.

반려 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기되는 고양이도 늘고 있지만 유기로 인해 늘어나는 길고양이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고양이’만 관리대상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춘천시 동물보호센터가 “시에서 포획 인력을 따로 배치하지 않는 대신 포획틀을 대여해 주기 때문에 시민들이 직접 대여해 포획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런 사정 때문이다. 춘천뿐만 아니라 원주, 홍천 등 인근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이 직접 길고양이를 포획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날로 늘어나는 유기 길고양이 문제에 대해 시민의식 개선, 제도 정비 등 시민과 당국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허찬영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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