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사회에 대해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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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06.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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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울분의 원인…울분장애 한국인 독일보다 6배 많아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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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인남녀 14.7%가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중증도 이상의 울분을 느끼면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울분 첫 조사 지역인 독일보다 약 6배 높은 결과다.

최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한국 사회와 울분’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인의 울분지수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특히 한국인들은 자신의 노력이 ‘무효 취급’을 받을 때 울분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때때로 나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질문에 66.7%가 동의했고, 이와 동시에 ‘노력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한 번의 실수는 즉각 비판 받는다’는 항목에 64.1%가 동의했다. 연구팀은 이를 ‘무효사회’라고 개념화했다.

울분이 심해지면 ‘외상 후 울분장애(PTED)’로 발전하기도 한다. 외상 후 울분장애는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한 뒤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만성적 반응 장애다.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그 사건을 불공정하게 여기면서 무력감이나 절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특히 외상 후 울분 장애를 겪는 이들은 현실이 공정하다는 믿음이 깨지면서 지속해서 울분을 호소하게 된다. 노력을 해도 계속해서 직장을 구하기 어렵거나, 직장 내에서 부당하게 모욕과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울분 유발 상황이다. 울분이 만성화하면 정상적인 소득 활동에 장애가 생길 정도의 심리상태에 이를 수 있고, 심각한 경우 공격성이 표출되며 폭력을 휘두르거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2012년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노상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두른 범죄가 그 예이다. 이 남성은 2010년 1월 한 신용평가정보원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실적이 저조해 회사를 떠나게 됐고 이후 대출 관련 회사에 취업했으나 2012년 4월 다시 퇴사했다. 월세 20만원 신림동 고시원에 살던 이 남성은 4천만원의 빚을 지고 자살을 결심했지만 혼자 죽기는 억울하다고 생각, 이전 직장 앞으로 가서 흉기를 휘둘러 옛 직장 동료 2명과 지나가는 사람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울분 장애를 겪는 집단은 ‘세상은 공정하게 돌아간다’거나 ‘세상은 나에게 공정하다’는 믿음이 다른 집단에 비해 현격히 떨어졌다. 울분 장애를 겪는 이들은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10점 만점에 3.6점을 줬다. 이는 울분 장애를 겪지 않는 이들은 10점 만점에 4.4점을 준 것에 비해 낮은 점수다.

또, 자신이 중산층 혹은 하위층에 속한다는 사람일수록 울분 장애 평균점수가 높았다. 일을 못 하고 있거나,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울분 장애 점수가 높아지기도 했다. 울분 장애 평균점수는 하위층은 2.14점, 중산층은 1.60점, 상위층은 1.48점이었다.

무효사회가 주는 외상 후 울분장애는 무효취급에 대한 경험이 무력감을 만들고, 이러한 무력감이 모여 부정적 시너지를 내는 정신질환이다. 이러한 외상 후 울분장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해당 장애를 겪는 개인에게도 큰 문제가 생긴다. 조직과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개인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며, 또 스스로를 향한 골 깊은 내적 쓰라림에 매몰되게 한다.

연구를 맡은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울분은 분노를 넘어 혐오, 자책을 넘어 자기 파괴에 이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 문제의 설명 변수이자 결과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사회의 울분지수가 높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회적 울분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송혜수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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