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보헤미안 랩소디는 없는가
더 이상 보헤미안 랩소디는 없는가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9.05.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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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짧아지는 노래 길이... 한 곡 평균 3분 49초

전문가들 “스트리밍 서비스가 원인”
[사진=멜론 실시간 차트(19.05.08) 캡처 화면]
[사진=멜론 실시간 차트(19.05.08) 캡처 화면]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에 퀸 열풍을 일으켰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의 노래 길이는 무려 6분이다.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음반사 측에서 “노래가 너무 길고 지루해서 라디오에서 틀 수가 없다”며 반대한 건 유명한 일화다. 비록 보헤미안 랩소디는 흥했지만, 오늘날 노래 길이는 예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짧아지고 있다.

[사진= 멜론 실시간 100위 차트 년도별 노래 평균 길이 비교]
[사진= 멜론 실시간 100위 차트 년도별 노래 평균 길이 비교]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간 차트 100위권’ 순위에 오른 평균 노래의 길이가 1998년에 비해 25초가량 줄었다. 1998년에는 평균 노래 길이가 4분 14초인 반면 2008년은 3분 51초, 2018년에도 3분 49초로 갈수록 감소했다. 또한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노래의 재생 길이가 3분 이하 되는 노래는 1% 안팎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 7%로 비중이 늘어났다.

[사진= 몇 년간 3분 이하 노래 길이 비중]
[사진= 몇 년간 3분 이하 노래 길이 비중]

왜 노래가 점점 짧아지는 걸까.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스트리밍 서비스’. 직접 컴퓨터에 저장하는 다운로드 서비스와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는 그저 음악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보통 스트리밍 서비스는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기 쉽지만 반대로 노래가 마음에 안 들면 건너뛰기가 편해졌다.

신동욱 한림대(언론방송융합미디어) 객원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노래를 30초 이상 들을 때 스트리밍 1회로 인정된다. 따라서 대중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초반부터 노래를 다 보여주려다 보니" 노래의 길이가 짧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더불어 저작권법도 이런 변화에 한몫했다는 해석도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노래 길이와 상관없이 곡당 지급되기 때문에 작곡가 입장에선 5분짜리 긴 곡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는 2~3분짜리 짧은 곡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 유리하고 똑같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중들이 짧은 노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음악 외에도 콘텐츠가 무수히 많아 대중들은 쉽게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노래의 길이도 짧아지고 빠른 도입부의 노래가 생긴 것이다.

평소 음악을 자주 듣는 건국대 왕윤성(소프트웨어·3) 학생은 “노래가 길면 지루한 느낌을 받는다”며 “최근 나의 노래 재생 목록에는 3~4분짜리 곡이 대부분”이라고 바뀐 음악 감상 스타일에 대해 말했다.

스트리밍 확산에 따른 음악 길이의 단축은 한마디로 듣는 방식에 따라 듣고 싶은 노래가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2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점점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박현준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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