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한림대생, 서울시 복지정책 공모전서 ‘대상’
춘천 한림대생, 서울시 복지정책 공모전서 ‘대상’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8.11.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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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주문 2천773% 급증…배달원, 오토바이 사고 경험 45.6%

배달노동자, 산재 비적용 '복지사각지대' 방치 현실 대안 제시해

“적어도 산재보험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식배달 앱 시장이 커지면서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배달대행 아르바이트생들의 산재보험 지원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도 춘천의 한림대생들이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최근 ‘서울시 복지정책 제안공모전 발표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이 문제를 간략히 다루고 수상자들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편집자주>

지난달 27일 서울시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복지정책 제안 공모전에서 가운데부터 조아라ㆍ김명희(한림대 사회복지ㆍ4) 씨가 대상을 수상했다.사진제공=서울시 복지정책과
지난달 27일 서울시청사에서 열린  '서울시 복지정책 공모전' 시상식에서 조아라(사진 가운데), 김명희(사진 오른쪽)씨가 대상을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IT 산업의 발전으로 음식 주문이 전통적인 전화주문 방식의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모바일 앱(APP) 방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이용자 수는 2013년 87만 명에서 올해 2천500만 명(추정치)으로 5년 만에 2천773% 급증했다. 거래 규모도 2013년 3천347억 원에서 현재 3조 원으로 796% 늘었다.

변화된 음식주문 방식은 배달원의 고용관계에 변화를 일으켰다. 더 이상 음식점 업주는 배달대행 노동자의 4대 보험 가입 의무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 기존에 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자체 배달 알바는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부담했지만, 배달앱 노동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또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산재보험료를 50%(사업주 50%, 근로자 50%) 혹은 배달앱 노동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이제 음식점 업주는 배달 직원에게 사고가 났을 때,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에서 면제된다. 이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배달대행 개인사업자’가 안고 있는 것이다.

이륜자동차를 운행해 빠른 시간 내에 배달에 해야 하는 업무는 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배달대행 배달원의 종사 실태 및 산재보험 적용 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실제 배달기사들은 한 시간에 4건 정도 배달, 한 건에 15분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하루에 10시간 이상 쉼 없이 일하고 있다.

또 배달 지연 등 배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배달기사 38%가 “음식값을 변제해야 한다”고 답했고, “건당 일정 금액을 물어낸다”는 답변도 35%에 달했다.(중복응답) 지난 1년 동안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경험한 일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오토바이 교통사고가 있었다”는 응답이 45.6%로, 이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 중 절반 정도가 1년에 1회 이상의 교통사고를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렇게 배달대행 아르바이트생들은 사고의 위험 속에서도 산재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불안정 고용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배달대행업 청년 알바생의 안타까운 사연들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조아라·김명희(춘천 한림대 사회복지학과·4) 씨가 그들을 위한 산재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 ‘슬기로운 알바생활’을 제안해 ‘서울시 복지정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복지정책’하면 여성, 아동, 노인 등을 대상으로 떠올리기 마련인데 어떻게 배달대행업 청년 알바생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게 됐는지 수상자들을 만나봤다.

지난달 27일 서울시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복지정책 제안 공모전에서 조아라 씨가 시민평가단을 대상으로 배달대행업 청년 알바생의 산재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복지정책과
지난달 27일 서울시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 복지정책 제안 공모전에서 조아라 씨가 시민평가단을 대상으로 배달대행업 청년 알바생의 산재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복지정책과

-‘서울시 복지정책 제안공모전 발표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소감은.

조아라=우선 대회가 서울시에서 주최되고, 쟁쟁한 학교의 대학생과 대학원생, 전문가들까지 출전한 대회여서 대상은 기대도 안 했는데 수상이 결정됐을 때 너무 놀랐다. 사실 아직도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고생한 명희언니와 멘토링 해주신 권현정(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님, 서울 청년유니온 김영민 사무처장님,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다.

김명희=현장 점수가 30점을 차지했는데 판정단으로 있는 중장년층의 감성을 자극한 여성, 아동,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서 이 현장 점수에서 6위를 해 기대를 하지 않았다. 대상 발표되자마자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더라. 그래도 우리가 생각한 배달대행업 청년알바생의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신기하고 기뻤다.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와 주요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면.

김명희=권현정 교수님의 ‘복지국가론’이라는 수업에서 ‘청년을 위한 정책 의제’를 제안하는 과제가 있어서 청년 아르바이트생의 산업재해 지원에 대한 정책을 떠올리게 됐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조아라 학생과 함께 팀을 꾸려 공모전에 나가게 됐다. 실제로 2015년 10월 서울행정법원이 배달 앱을 통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고등학생에 대해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배달원들이 음식점 배달 요청을 선택해 수락할 수 있고, 출퇴근이나 결근에 대한 제재가 없다는 점을 들어 개인사업자로 본 것이다. 다행히 지난 4월 26일 이 소송에 대해 대법원에서 배달노동자가 “다른 배달대행업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배달원의 전속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배달노동자가 산재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사고로 상해를 입고 생계가 매우 위태로워진 상태에서 2년 넘게 걸린 소송은 어린 학생에게 길고 힘든 싸움이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주제를 생각하게 됐다.

-공모전 준비과정과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조아라=우리는 공모전 준비과정 내내 고민과 막힘이 많아 고생을 했다. 멘토링, 회의, 자료조사 하나하나 다 어려움이었다. 페이퍼를 쓰다가 엎고 다시 쓰길 반복했다. 정책이 현실에 반영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보니 이에 대한 공부를 했는데 할수록 어렵더라. 원래 3명이 한 팀이었는데 1명이 부득이하게 함께 하지 못하는 바람에 명희언니와 둘이서 하게 됐다. 그래서 한 사람이 맡은 일이 더 많아져 서로 더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기간에 생일도 있었고 중간고사도 있었는데 오직 공모전에만 매달리느라 카페나 도서관에서 머리를 쥐어뜯은 날 뿐이었다. 또 발표회 때는 준비했던 동영상이 직전에 안 돼서 급하게 대본을 다 수정했다. 정말 공모전 끝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최종 제안서를 보내고 나서 몸살이 나 3일 동안 누워 있었었는데 대상이 발표되니까 힘들게 준비하고 노력했던 게 생각이 나서 울음이 터지더라. 돌이켜 보니 재미도 있었고 뜻깊은 경험을 한 것 같아 스스로 한층 더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조아라=어렸을 때부터 기자, 심리상담사, 교사 등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그런데 결국 하고 싶은 일들이 다 사람과 관련되고 직접 사람을 만나는 일이더라. 그러다 사회복지학이 다루는 분야가 굉장히 다차원적이고,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매력적인 일이라고 느껴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입시할 때가 5년 전인데 그때도 들었던 것이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교수님들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그래서 한림대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면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재밌게 공부하고 있다.

김명희= 대학에 오기 전 장애인 시설에서 10년 넘게 근무했었다.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부딪히는 게 중요하지 굳이 학문적 이론이 중요한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아이들의 부모님과 상담하면서 ‘내가 아직 부족하구나.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편입을 준비해 입학하게 됐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지만, 그래도 만학도로서 학교를 다니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 혹은 에피소드 같은 게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명희=에피소드라고 하면 학생들이 교수님인 줄 알고 인사했던 적이 있다. 그땐 정말 민망했다. 또 어린 학생들의 스마트함을 쫓아가기 힘든 것이 어려운 점이라면 어려운 점이겠다. 학과 단톡방를 통해 공지가 전달되는데 정보력이 부족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는 거다. 그때 아라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줘 친절하게 알려줘서 아라랑 친해지게 됐고 지금도 아라가 많이 도와주고 있어 무척 고맙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

조아라=취업을 할지 대학원을 가서 더 공부할지 아직 고민 중인데 확실한 건 어딜 가든 부끄럽지 않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 취약계층의 권익옹호를 위해 소리 낼 수 있는 사회복지사..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공부하는 똑소리 나는 사회복지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명희=대학에서 공부를 해보니 생각보다 더 유익하고 재밌어서 갈 수 있다면 대학원까지 욕심내고 싶어졌다.

-사회복지에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조아라=사회복지라는 일이 지식이 많거나 단순히 누굴 위하거나 돕겠다는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에는 헌신적인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공부하다 보니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과학성과 예술성까지 모두 융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올바른 사회복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인간적인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노혜연 학생기자

참고 : 이번 제1회 서울시 복지정책 제안 공모전에서 수상한 정책의 판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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