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소식] 블랙프라이데이에 판치는 검은 상술
[대학가 소식] 블랙프라이데이에 판치는 검은 상술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8.11.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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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부족하고 접속자 폭주로 서버 다운

‘소리만 요란한 잔치’라는 비판도 제기돼
9일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진행하는 할인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학생들이 컴퓨터실에서 이벤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9일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진행하는 할인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학생들이 컴퓨터실에서 이벤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5일 오전 10시 59분 김모(23·대학생)씨의 자취방. 김씨는 초조하게 시곗바늘만 쳐다보고 있다. 1분 뒤 시작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특가 행사’에서 그동안 갖고 싶었던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을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서다. 며칠째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려 쇼핑업체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경쟁이 치열한 탓에 번번이 구매에 실패했다. 11시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자 김씨는 재빠르게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서버가 다운되면서 허탕을 치고 말았다. 이어폰을 구매하지 못한 김씨는 “오늘도 꽝이네요”라며 아쉬워했다.

11월을 맞아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따라 2일부터 11일까지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는 연중 최대 쇼핑이 이뤄지는 날로 각종 쇼핑시설에서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위메프·티몬·옥션 등 각종 쇼핑 업체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를 실시한다. 그중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선보여 회자된 위메프는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맥 립스틱’, 애플의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 등을 판매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소리만 요란한 잔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 물량 부족, 접속자 폭주로 인한 서버 다운 등으로 인해 구매에 실패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위메프에서는 21만 원 상당의 에어팟을 11만 원에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준비한 한정 수량 500개는 이벤트가 시작되자 1~2분 만에 완판됐다. 접속자 폭주 때문에 서버가 다운돼 구매 시도조차 못한 소비자들이 생기면서 ‘적은 수량을 부풀려 판매하는 거짓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소셜커머스 티몬도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타임어택’이라는 이름으로 1일부터 본격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첫날 진행된 ‘LG전자 울트라PC 노트북’을 정가에서 78% 할인된 9만9000원에, 이튿날엔 닌텐도 스위치(본품)를 정가에서 41%가량 할인된 19만9000원에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당일 판매 가능 수량을 보니 LG 노트북은 10대, 닌텐도 스위치는 30대에 불과했다. 노트북 판매 당일 접속자가 11만 명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극히 적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속 빈 강정처럼 부풀려 마케팅하는 유통업체들의 상술이 이어지자 소비자들의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 특가 행사를 통해 물건을 구매한 사람이 있는지 수소문하면서 ‘국민을 우롱한 위메프를 조사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에는 “초특가라는 명분으로 기업 홍보는 엄청나게 하면서 정작 물건 자체는 얼마 되지 않거나 생색내기 식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저 홍보용으로만 이용하고 정작 해당 상품은 팔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됐다. 해당 청원은 1200여 명이 동의했고 꾸준히 청원자 수가 늘고 있다. 이 밖에도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청원이 7개 이상 속출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을 즐겨 찾는 대학생들은 이런 미끼용 ‘특가 행사’에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가정에서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비와 용돈을 모아도 제품 가격이 비싸 구매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르바이트 대표 포털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27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월평균 생활비’에서 대학생들의 평균 용돈은 28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상품으로 나왔던 노트북과 에어팟의 경우 정가로 구매할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특가 할인행사에 목을 매게 되는 것이다.

홍모(21·대학생)씨는 “그동안 갖고 싶었던 제품이 나와 기다렸는데 접속이 아예 안 됐다”며 “행사를 진행하면 누구나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물량이 적어 경품 추첨이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위메프는 소비자들의 원성은 뒤로 한 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하루에만 ‘48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고 홍보하기 바빴다. 이번 행사로 역대 하루 최대 거래액인 300억 원을 크게 뛰어넘어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위메프는 트래픽 폭주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버 용량을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확충하고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하겠다고 5일 밝혔다.

글·사진 = 최희수 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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