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피하는 사회, 술 강요하는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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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18.10.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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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술자리 악습 그대로…한림대생 37%도 “원치않는 술자리 경험”

음주량 증가, 술 강요 등 대학생의 음주문화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우리나라 대학생의 음주형태 심층 조사' 최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3명 중 1명은 억지로 술을 마신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전국 대학 재학생 5천24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남녀 대학생 모두 1회 음주량이 10잔 이상으로 과거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성인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관찰되었다.

2009년 대학생과 2017년 대학생들의 1회 음주량(10잔 이상) 비교: 출처-질병관리본부
2009년 대학생과 2017년 대학생들의 1회 음주량(10잔 이상) 비교: 출처-질병관리본부

이런 결과는 한림대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한림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69명에게 질문해본 결과, “학교 다니면서 원치 않는 술자리를 경험”한 학생은 37%, “음주를 강요당한” 학생은 35%로 전국적인 수치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억지로 술을 마신 이유로 “분위기를 깨는 것이 싫어서”, “선후배들의 압박” 등을 들었고 “건배사가 잦아서 할 때마다 잔을 채우게 시킨다”며 대학 술자리 문화의 실상을 전했다.

올해 한림대학교에 입학한 지모(20)씨는 술을 입에도 데지 못하지만, 교우관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식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OT, MT 등 술자리가 당연시되고 매년 술로 인해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기사로 많이 접하면서도 가지 않으면 개강을 하고 소외당할까 봐 가기 싫어도 가게 되는 것이 현실”일며 “게다가 동아리 회식이나 조모임 회식 등 신입생이 빠지면 선배들한테 눈치가 보여 억지로 회식을 가게 된다”고 말했다. 지씨는 한 달에 2~3번은 회식자리에 억지로 참여하고 있다.

이모(20)씨는 평소에 술을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교우관계를 위해 회식자리를 가게 되면 항상 “오버해서” 먹게 되는 케이스. “술을 하루에 한두 잔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적당히만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학교 회식자리에 가면 건배사니 뭐니 해서 다같이 술을 먹는 경우가 많아 항상 오버해서 먹게 된다. 안 먹게 되면 선배들 눈치도 보이고 분위기를 깰 거 같아 먹기 싫어도 먹는 것도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대학 음주 문화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하고 성숙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한림대 동아리 내에서 임원직을 맡고 있는 이모(23)씨는 "요즘은 사회 분위기에 맞춰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고 술을 안 먹는다고 해도 권하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이런 설문이나 연구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고 창피하다“며 ”앞으로 더욱 더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5일 새벽 1시쯤 춘천 교동 한림대학교 앞 주점가에서 이 대학 학생들이 음주 후 거리에서 무리를 지어 서 있다.
15일 새벽 1시쯤 춘천 교동 한림대학교 앞 주점가에서 이 대학 학생들이 음주 후 거리에서 무리를 지어 서 있다.

2016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음주를 1군 발암요인이라고 발표했고, 하루 1-2잔의 음주도 구강암, 식도암, 유방암, 간암 등의 발생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도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기’로 되어 있던 기존의 암 예방지침을 2016년 3월부터 ‘암 예방을 위하여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변경하였다.

사회적으로도 음주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중에도 ‘작은 사회’라 하는 대학교내에서는 아직 해로운 악습이 남아있다. 학교와 학생 커뮤니티 전반의 인식 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재윤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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