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누구나 부를 수 있지만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생각이 드는 호칭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일 것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따뜻함일 수도 혹은 당연함과 편안함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당연했던 엄마, 그러나 누가 뭐래도 세상 끝까지 내 편, 그리고 어느덧 어른이 되어 있는 딸. 모녀의 사랑과 아픔을 담은 이야기, 바로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이다.
이야기는 서울로 시집간 딸 ‘미영’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전화 한 통 살갑게 하지 않던 야속한 딸은 시한부 선고를 받자 연락도 하지 않고 친정집을 찾아간다. 늘 억척스럽게 딸만을 위해 희생했던 엄마, 미영도 그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늘 모진 말로 상처를 주던 딸. 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비보를 듣고 엄마는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연극 스토리를 접하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딸과 엄마라는 다소 흔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정해진 전개 속에서도 사실적인 연출은 보는 사람에게 ‘특별함’을 제공한다. 억척스럽게 딸을 키워낸 엄마,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성인이 되어서야 이해하게 된 딸의 모습은 우리네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 있다. 머리에 생긴 이를 없애겠다며 세제로 머리를 감기던 그 옛날의 추억, 늘 철이 지난 옷을 입고 있던 엄마의 모습처럼 누구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일상에서 공감이 될 만한 에피소드를 다수 소개한 것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많은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기 위해 모녀 사이의 감정선을 미묘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도 관람 포인트이다. 엄마의 사랑을 알고 있지만 일상에 치여 애써 모른 척 했던 우리의 모습이 ‘시한부’라는 극단적 상황 앞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엄마에 대한 원망이 결국 엄마에 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일상에 치여 외면하고 있었던 마음은 그리움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연극은 늘 당연했던 엄마의 존재를 소중한 존재로 성공적으로 전환하였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이끌어 낸다.
여기에 더해 연극은 한국 여성의 삶을 깊이 있게 다루어 낸다. 청년층 여성들에게는 여자로서 엄마와 함께 했던 일상의 추억, 그리고 여러 상처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중장년층 여성들에게는 친정엄마의 삶과 엄마로서의 자기 삶을 오버랩시킨다. 곱디고운 엄마의 손이 거칠어진 손이 될 때까지 그 삶의 모습이 담겨진 연극은 모든 관객의 눈물샘을 터뜨렸다. 유난히 여성 관객이 많았던 이유를 ‘공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엄마의 사랑에는 엄마의 희생과 헌신이 담겨 있다. 늘 곁에 있었기에 알지 못했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 엄마의 희생과 헌신을 이해할 수 있는 연극. 그래서 더 그립고 따뜻한 <친정엄마와 2박 3일>. 보는 이로 하여금 잊고 살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필자의 인생작을 추천해본다.
이금신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4월 19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