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하고 표독스러운 악마가 무엇을 입고 있는지, 당신은 아는가? 이 영화는 말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고 있다”라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06년 개봉한 영화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도발적인 제목 탓인지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거 패션 영화 아니야?”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 정답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한 하이엔드 패션의 연속이다. 하지만 개봉한 지 18년이 흐른 영화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 단지 그것뿐일까?
최고의 기회는 달콤한 지옥에서 완성된다!
영화는 실제 유명 패션지 <보그>를 모티브로 한 세계적인 패션 잡지사 ‘런웨이’를 배경으로 한다. 패션 문외한이지만 운 좋게 업계 최고인 ‘런웨이’에 입사한 주인공 앤드리아는 편집장이자 악마 같은 보스 미란다의 비서 자리에 배정된다. 낯선 패션업계지만 원래의 꿈인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1년만 경력을 쌓자고 다짐한 것도 잠시, 냉혹한 상사와의 충돌, 멀어지는 소중한 사람들, 24시간 쉬지 않고 몰아치는 업무 속에서 점차 지쳐만 간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언론인으로서의 꿈과 패션계 성공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회초년생의 애환을 여실히 담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디올, 샤넬, 구찌, 캘빈 클라인, 그리고 프라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등장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관객들의 기억에 남은 건 오직 ‘프라다’ 뿐이다. 이처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다른 영화와 대놓고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의상’이라는 언어로 등장인물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중 등장하는 소위 ‘명품 의상’은 단순히 인물의 부와 권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건 ‘내면’이자,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향한 인물들의 심리다. 실제로 미란다가 입는 블랙 드레스는 절대 권력을 향한 그녀의 욕망과 집념, 그리고 인물이 쟁취한 성공의 상징으로서 드러난다. 이외에도 앤드리아, 나이젤 같은 인물의 변화하는 패션을 보며 그 심리를 ‘역추적’해보는 것도 색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실제’ 미란다와 앤드리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작중 등장인물 간 현실감 있고 입체적인 케미 또한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앤드리아와 미란다의 관계가 여성팬층의 이목을 끌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면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악마로 비유되는 ‘미란다’는 <보그>의 제7대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 주인공인 ‘앤드리아’는 원작 소설 작가인 로렌 와이스버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작가의 과거 경력이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깐깐한 상사에게 시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현실 고증’ 모먼트에 당신도 모르게 몰입하게 될 것이다.
꿈과 성공의 기로에 선 사회초년생에게
‘패션’은 이 영화의 소재다. 그렇다면 주제는 무엇일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영화 전체에 걸쳐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어떠한 좌절이 있을지라도, 당신의 꿈을 좇아라. 작중 주인공은 전개가 진행될수록 낯설었던 패션업계와 비서직에 익숙해지지만, 이는 자신이 원하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원래의 꿈이었던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런웨이’를 그만둔다. 관객은 영화를 관람하며 꿈을 향해 냉혹한 사회로 뛰어든 사회초년생이 겪는 다양한 역경을 함께 겪고, 그들의 내면에 공감하며, 끝내는 위로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악마
“그녀는 내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최악의 비서지만, 그녀를 채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최악의 멍청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많은 명대사가 있지만, 필자는 이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 악마로 불리는 미란다도 ‘악역’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이 영화에서는 히어로와 빌런 대신 자신의 커리어와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비록 성공을 끝없이 열망한 나머지 악독하다는 평판을 얻은 미란다지만, 이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꿈을 선택한 주인공의 등을 밀어주는 장면에서는 ‘어른’의 면모가 드러난다. 이처럼 악인으로 보였던 인물의 ‘반전’은 관객들이 인물의 행적을 되짚어 보고,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친다는 말이 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패션’과 ‘언론’에 관심 있는 내게 방앗간 같은 존재다. 만약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매력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진실로 전하고 있는 건 ‘꿈과 성공’에 대한 질문과 당신의 대답이 무엇이든 간에, 선택에 따른 ‘응원’이다. 당신이 화려한 커리어를 꿈꾸는 취준생이거나 현실에 지쳐가는, 특히나 ‘커리어 빌드업’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사회초년생이라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추천한다.
기소연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4월 15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