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너머의 감정을 살피는 일
우울을 겪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밤이 오는 게 끔찍이도 싫었다고 한다. 어둠은 더 큰 어둠을 가져오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긴 어둠 속에서 그저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시간이 두려웠다고 말한다. 우울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아직 덜자란 아이의 칭얼거림 같기도 미성숙한 성인의 어리광 같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과는 아주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정신질환은 만연했고 여기 그 모습을 살갗으로 느끼게 하는 작품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필자의 인생작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다.
실제 간호사였던 이라하 웹툰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탄탄한 이야기와 박보영, 이정은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져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근무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이다.
환자와 치료진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정신과는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오는 데야. 뼈 부러지면 정형외과 가고 감기 걸리면 내과 가는 것과 똑같아 누구나 언제든 약해질 수 있는 거니까" 극 중에서 정신과를 표현하는 대사이다. 정신질환이 사회에 만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정신병원에 가는 것은 숨기고 싶은 수치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신질환도 감기와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마음의 병이라고 설명하며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작중 송유찬(장동윤)이 그랬고 정다은이 그런 것처럼, 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연우진)이 강박 때문에 정신과를 찾는 것처럼, 든든한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에게 조현병을 앓고 있는 동생이 있는 것처럼, 환자와 치료진의 경계를 허물며 정신질환에 대한 무게를 줄여나간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나를 보기도 한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5화 인생에서 노란색 경고등이 깜박거릴 때>이다. 가족과 아이를 돌보느라 정작 나는 돌보지 못한 두 워킹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무 바빠 자신이 우울한지도 몰랐던 두 워킹맘의 모습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 드라마에서 우리는 ‘아침’에 주목해야 한다. 아침은 어디에나 오고 해의 빛은 세상 어디에나 닿는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두껍고 높은 세상의 시선은 견고한 벽이 되어 그들의 아침을 가린다. 그러나 정신병이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는 이 작품의 외침은 그 견고한 벽을 허문다.
편견과 낙인에 얼룩지고 흉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추천하는 작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 속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세상에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런 우리에게도 언제나 아침은 온다.
윤소정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로컬뉴스공급 캡스톤디자인> 수업의 결과물로 4월 5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