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도 먼 훗날 사무치게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즐거웠던 ‘오늘’이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며 ‘추억’이 되고, 힘들었던 ‘어제’도 세월이 흐르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해 좋았던 그 시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필자의 인생작을 소개하고자 한다. <응답하라 1988>은 지난 2015년 11월 tvN에서 방영한 20부작 드라마로 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일상·연애·인생을 그린 코믹 가족극이다. 직접 살아보고 느끼지 못했던 시대에 관한 이야기가 필자에게 온전히 닿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방영 당시의 기억으론 세 인물의 막연한 사랑 이야기로만 주변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훗날 살아가는 가치관에 스며들 인생작이 된다는 건 예상치 못했다. 방영 이후 3년이 지난 그해 겨울에 우연히 봤고, 가지고 있던 편견이 깨지며 도리어 충격이란 감정으로 되새겨진 드라마다. 20부작이란 한정된 영역에서 사람 간의 정들이 온전히 전해지는 따뜻함, 글로서 서술될 수 없는 인간 감정의 영역,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역량까지 완벽히 스며든 작품이었다.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소재 그 자체다.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과 평범한 일상이 주는 희로애락을 유쾌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어쩌면 현대 사회에선 보기 힘들어진 ‘정겨움’의 감정을 되새겨주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마치 그들 곁에 있는 존재로서 이입되고, 그래서 보는 내내 ‘너, 그동안 정말 잘 살아왔어’라고 말하며 토닥여주는 것 같다.
“시간은 기어코 흐른다. 모든 것은 기어코 지나가 버리고, 기어코 나이 들어간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눈부시게 반짝거리고는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겹도록 푸르던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
이 작품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는 ‘내레이션’이다. 인물의 진심이 느껴질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 등장인물과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좋은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런 의미 있는 내레이션을 통해 그 시절 가족의 사랑, 이웃 간의 따뜻함, 청춘의 찬란함 등을 모두를 정리한다. 그래서 쌍팔년도의 감성을 현대의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하고, 작품 속 메시지를 되새겨준다.
‘응답하라 1988’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한 ‘감정 전달’이다. 대표적으로 성동일 배우가 슬픔 속에서 웃음을 보이다 다시 절규하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다. 어른들의 경우 겉으로는 담담한 척 하지만 실제론 괜찮은 게 아니었음을 알려주는 이 모습은 배우를 통해 잘 표현되고 있다.
특히 현실적인 대사,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캐릭터에 맞는 연기 등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은 몰입하고 그 감정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그 여운과 함께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드라마를 소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도 이와 다를 것 없는 인생이지 않겠나 하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똑같이 인생을 다루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옛날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우리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고, 다 지나간다고 속삭여준다. 다 사람 사는 인생이라고 토닥여주는 점은 삶이 고단한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이다.
재미는 물론 감동과 위로까지 주는 드라마. ‘어른’이 되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시청하면 좋은 작품. "그곳엔 아빠의 청춘이, 엄마의 청춘이, 친구들의 청춘이,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청춘이 있었다“는 <응답하라 1988>을 관통하는 메시지처럼 지나간 시간을 만나고 싶을 때 시청해보면 어떨까?
추승이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19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