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드라마 ‘언내추럴’
[나의 인생작] 드라마 ‘언내추럴’
  • 한림미디어랩 The H
  • 승인 2024.04.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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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BS 언내추럴 공식 홈페이지.
출처: TBS 언내추럴 공식 홈페이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막연히 멀게 느껴지면서도,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것. 그중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자연스러운’ 죽음들이 존재한다. 나아가 ‘부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 이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마지막 이름표를 붙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오늘 소개할 필자의 인생작 <언내추럴>이다.

일본 드라마를 막 즐겨보기 시작했을 무렵,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에 빠져 필모그래피를 훑어봤다. 그러던 중 접한 작품이 <언내추럴>이었고, 재밌게 보았던 <중쇄를 찍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를 집필한 노기 아키코의 각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최애 배우와 최애 작가의 만남이라니. 안 볼 이유가 없었다.

<언내추럴>은 일본 방송사 TBS에서 방영한 10부작 드라마로, 제목은 Unnatural death, 부자연사를 뜻한다. 부자연스러운 사인으로 죽음에 이른 사람들 뒤의 진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연기나 우스꽝스러운 연출이 없다. 훌륭한 각본·연출·연기로 찬사를 받은 ‘법의학 수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큰 장점은 소재의 참신함과 그를 받쳐주는 연출이다. 기존 수사 드라마는 주인공과 악역의 대립구조에 온갖 사건과 비리, 러브라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법의학’에 집중한 옴니버스형 드라마로, 매화마다 하나의 사건이 새롭게 전개된다. 45분 안에 한 사건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다. 신선한 소재는 물론이고, 전개 과정에서 전해지는 긴장감과 반전은 마지막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또 다른 포인트는 러브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드라마의 스토리에 있어 인물 사이의 사랑이 없다면 재미가 덜할 것이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깨부수는 작품이 바로 <언내추럴>이다. 틈만 나면 러브라인을 끼워 넣는 여느 드라마들과 달리 작품 자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고, 그래서 오히려 인생작이 될 수 있었다.

‘노기 아키코’의 한결같은 시선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이다. 해당 작품을 집필한 노기 아키코 작가는 늘 사회 문제를 지적해 왔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서는 취업난이나 가사노동의 불균형을 지적했고, <페이크 뉴스>에서는 SNS의 폐해를 비판했다. <언내추럴>은 옴니버스식 구성 속에 낮은 부검률부터 성차별, 학교폭력, 머더 수어사이드, 노동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스토리 구성에 잘 녹여내어 흥미롭게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가장 큰 차별점은 가해자·범죄자를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범죄 수사물 중에서는 가해자에게 엄청난 서사를 부여해 미화하는 듯한 전개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여지조차 남기지 않는다. 가해자의 어린 시절이나 범행동기 따위에는 관심 없다고 대놓고 말한다. 그야말로 ‘사이다’를 선사한다.

담담하되 담대하고 단단한, ‘미코토’
주인공 ‘미스미 미코토’ 캐릭터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미코토는 법의학자로서 깊은 사명감을 가진, 정의롭고 열정 넘치는 인물이다. 게다가 추진력도 뛰어나다. 동료들과 협력하여 지혜롭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미코토를 보고 있자면 절로 희열감이 느껴진다. 미코토는 현실에 발을 굳게 디디고 매일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동시에 타인에 대한 공감을 잃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다. 담담하되 담대하고 단단한,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미코토를 연기한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는 전작들에서 주로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캐릭터들을 연기해 왔다. 그러한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미코토를 담담하게 잘 풀어냈다. 목소리와 대사톤부터 눈빛, 몸짓 하나까지 캐릭터 그 자체였다. 사토미 배우가 설득력 있게 그려낸 미코토는 보는 사람을 자연스레 매료시킨다. 단단하고 똑똑한 그녀를 절로 응원하게 된다. ‘사토미’표 ‘미코토’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

그 유명한 ‘Lemon’
언내추럴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OST다. 주제가인 ‘Lemon’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아티스트 ‘요네즈 켄시’가 제작진에게 요청받아 쓴 곡이다. 매화 후반부에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감정을 배로 이끌어낸다. ‘Lemon’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언내추럴>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 특유의 담담하면서 슬픈 분위기와 감동적인 스토리를 극대화해 주는 명곡이다.

<언내추럴>은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스러운 연기나 연출 없이, 스토리와 메시지에 착실히 집중한 작품이다. ‘법의학’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긴장감과 반전, 교훈과 감동까지 만끽할 수 있다. 부담 없는 러닝타임은 물론, 사명감과 추진력으로 매 사건을 척척 풀어가는 미코토와 동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희열감이 느껴진다. 옴니버스 구성만의 시원한 전개를 선호하는 사람, 혹은 무맥락 러브라인에 실망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을 거라 감히 단언해 본다. 그야말로 ‘웰메이드’ 작품이다.

김채연 대학생기자

* "지금의 기사는 <뉴스작성기초> 수업의 결과물로 12월 11일 <사이드뷰>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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